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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회계사 May 10. 2018

샤넬은 왜 재고상품을 불태웠을까?

재고자산과 평가 그리고 처분

     

 사장은 왜    

창고에 제품을 잔뜩     

쌓아뒀을까?     


B사는 중국에서 수입한 물건을 판매하기로 했다. 운송비 때문에 한 번에 대량구매를 했는데, 물건이 전혀 팔리지 않아 창고에서 재고 2억 원어치가 팔리지도 않고 썩어가고 있었다. 창고 임대료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사는 재고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있었다.  왜일까? 


B사가 재고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었던 이유는?


답은 ‘대출을 받기 위해서’였다. 

대출을 받으려면 재무제표가 건전해야 한다. 그런데 재고를 2억 원이나 폐기처분하면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재산의 판매가능성을 따져 평가손실이나 폐기손실 등의 손상차손을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판매가 안 되고 있을 뿐 공정가치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B사는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회사였기 때문에 세무신고용 재무제표만 제출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세법에서는 비용을 적게 계상하는 것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즉, B사는 세금을 내더라도 추가적인 대출을 받기 위해 이익을 늘리려 했던 것이다. 금융기관에서는 감사보고서가 없을 때는 세무서에 신고한 자료만 요청하기 때문에 이 회사는 세법에 따라 이익을 늘리는 게 가능했다.





❷    

마트에서    

우유 코너 정리가   

힘든 이유        


아내는 항상 우유를 살 때 진열대 앞쪽의 우유들을 치우고 안쪽에 있는 우유를 집어 든다. 안쪽에 있는 우유일수록 더 최근에 들여온 신선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일수록 마트 입장에서는 먼저 들여온—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상품을 먼저 팔아야 한다. 그래서 먼저 들여온 제품들을 손님들이 집어들기 쉬운 앞쪽에 배치한다. 

반대로 나중에 들여온 우유는 손님이 꺼내기 힘든 안쪽으로 놓는다

재무제표에서의 선입선출법: 먼저 들여온 우유를 먼저 판매한다고 가정한 재고자산 평가방법


재무제표에서는 이렇게 회계처리하는 방법을 선입선출법이라 한다. 먼저 들여온 우유를 먼저 판매한다고 가정한 재고자산 평가방법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정유회사가 그렇다. 정유회사에서는 석유가 오래됐건 아니건 파는 데 문제가 없다. 정유는 땅속에 창고를 만들어 보관하고 밸브 또한 위쪽에 있으므로 가장 최근에 구입한 기름부터 판매된다. 그래서 정유회사는 재고자산 평가를 나중에 들어온 재고가 먼저 판매된다고 가정하는 후입선출법으로 처리해왔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후입선출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정유회사는 총평균법이나 선입선출법 등으로 방식을 바꾸었고,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샤넬은 왜     

재고상품을      

불태웠을까?        


외국에 나갈 때 명품 매장에 가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명품의 비싼 가격에 놀라곤 한다. 명품이 이토록 비싼 이유는 특유의 견고성과 디자인의 우수성도 뛰어나겠지만, 무엇보다 ‘희소성’ 때문이다. 물보다 효용가치가 훨씬 떨어지는 다이아몬드가 그토록 비싼 것처럼 말이다. 

“명품을 사는 건 욕망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고(故) 이브 카셀 루이비통 전 회장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재고도 희소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관리했다. 루이비통은 안 팔리는 이월상품이 생기면 전량 본사에서 모아 폐기처분한다. 샤넬은 한술 더 떠서 고문변호사와 언론까지 불러다 놓고 재고품을 공개 소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은 재고를 폐기처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진품을 제값에 사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파손되었거나 폐기처분한 재고는 평가손실 계정으로 비용처리한다.






    

그 공원은 왜     

유형자산이     

거의 없을까?      


H공원은 제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임에도 재무제표의 자산항목을 보면 금액이 아주 미미하다. 어째서일까?                                                       

이 공원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나무’다. 그런데 이 공원의 나무는 모두 창업주가 수십 년에 걸쳐 직접 심고 가꾼 것이다. 즉, 거의 공짜에 가깝게 만들어냈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유형자산을 취득원가로 기록하거나 공정가치로 재평가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 일관성 있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가치가 증가하면 재평가차익을 기타포괄손익으로 기록하여 자본에서 관리하고, 공정가치가 감소하면 비용항목인 손상차손으로 기록하고 자산에서 차감한다. 비상장회사인 H공원은 국제회계기준을 따를 의무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취득원가로 기록해왔기 때문에 자산이 적게 기록되는 것이다. 

이 회사는 부동산이 아니라 시간에 투자해왔다. 돈이 아닌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부도가 난 회사 중에는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 빠른 시간 내에 자산을 늘리려 한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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