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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회계사 Jun 14. 2018

갈빗집이 정육점을 하는 이유는?

세금계산서와 부가가치세

❶ 

갈빗집이 

정육점을 하는 이유는?


집 근처에는 돼지갈비를 파는 식당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식당 한 귀퉁이에 정육점 간판을 내걸고 생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또 어떤 횟집은 기존 가게 안에 따로 공간을 내 수산물 소매를 한다는 간판을 내걸기도 했다. 왜 갈빗집과 횟집은 원재료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팔려고 할까?

식당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과세사업이다. 그러나 농산물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판매한다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면세사업자로 구분된다. 갈빗집에서 고기를 1억 원어치 구입해서 2억 원에 판다면 매출세액은 2억 원의 10퍼센트인 200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고기를 구입할 때는 농산물을 그대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가 없고, 따라서 공제받는 매입세액은 거의 없다. 의제매입세액이라고 해서 일부 공제받기도 하지만, 아주 미미하다.

이렇게 농수산물을 그대로 구입해서 가공해 판매하는 식당은 심리적인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갈빗집은 머리를 굴려서 카드를 쪼갰다. 정육점을 한다면 면세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냈을 것이다. 2억 원의 매출을 식당 매출 1억 5000만 원과 정육점 매출 5000만 원으로 구분하여 카드전표를 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육점은 부가가치세가 없으므로 식당 매출 1억 5000만 원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10퍼센트인 1500만 원을 내게 된다. 모두 식당 매출로 신고할 때의 부가가치세 2000만 원보다 부가가치세가 500만 원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횟집도 마찬가지다. 생선을 회로 만들어 팔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지만, 생선 그대로 판매하면 부가가치세가 면세된다. 수산물 소매업의 사업자등록을 내서 신용카드를 식당매출과 수산물소매업 매출로 나누어 끊는다면 부가가치세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세무서에서는 사업자등록을 내기 전에 정말 정육점이나 수산물소매를 하려고 하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요즘은 처음부터 정육점이나 수산물소매 사업자로 시작하여 나중에 식당의 과세사업자를 등록하는 방법이 성행한다. 아무래도 세무서는 면세로 내는 사업자를 규제할 수밖에 없으니 면세사업자부터 신고하고 나중에 과세사업자를 신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내가 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내는 것이다. 2억 원에 팔았는데 부가가치세 과세를 하자면 2억 2000만 원을 받아서 2억 원은 식당이 가져가고 2000만 원은 세무서에 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2000만 원도 가격에 포함시키는 성향이 있다. 부가가치세도 가격의 일부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받기 힘들고 그래서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부담하는 소득세보다도 남한테 받아서 내는 부가가치세의 체납률이 더 높은데, 이는 부가가치세의 징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물건이나 서비스 대가로 결제를 하면 부가가치세는 회사가 아니라 국세청으로 곧바로 보내지게 하는 방식이다. 원천적으로 세금을 회사의 주머니에 넣지 않는 원천징수 방식이다. 더불어 사업자의 탈세 심리뿐 아니라 소비자의 세금 심리도 바뀌어야 한다.




❷  

왜 돈을 받아도 

세금계산서를 끊어주지 않을까?


정부기관이 출자한 재단법인에 입주해 있는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는 진흥원에서 보조금을 받는데 세금계산서를 발행해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는 것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보조금의 10퍼센트는 세금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업체는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은 경우에 발행해주는 것인데, 보조금은 물건을 팔고 대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세금계산서를 끊어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기부를 받으면 세금계산서를 끊는 것이 아니라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것과 동일하다.

이 사실을 고객과 진흥원에 전했더니 진흥원에서는 “정부에서 감사를 나왔는데 돈이 나가면 세금계산서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감사를 나온 공무원은 세금계산서가 유일한 증빙인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U회사는 펜션을 건축해 분양을 하는데, 분양보증금을 받았다. 보증금은 나중에 반환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부채였다. 그런데 큰 법인회사가 분양보증금을 지급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끊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법인회사의 재무이사는 대기업 임원 출신이었는데, 분양보증금도 돈이 나가니까 세금계산서를 보관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회사에서 잠시 빌려온 돈일 뿐, 물건을 팔고 얻은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를 끊을 수는 없다.

결국 세금계산서를 끊어주지 않아 분양은 성립되지 않았다. 

식당이나 주유소 등에서 결제를 신용카드로 하면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신용카드 매출전표도 정규증빙인데 하나의 매출에 대해 신용카드 매출전표와 세금계산서 두 가지가 발생하면 매출이 이중으로 잡힐 수 있고, 돈을 지급한 회사도 매입증빙이 2개가 되어 중복해서 부가가치세를 공제받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영세사업자는 반드시 세금계산서를 고집한다. 신용카드 매출전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여기저기 버리는 습관이 들어 있는 데 반해 세금계산서는 아주 중요한 자료로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용카드 매출전표가 세금계산서 대용이라고 말해도 굳이 세금계산서를 고집한다.

부가가치세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의 상당수는 이렇게 두 가지 증빙을 끊어 이중으로 신고해서 생긴다. 결국 세금계산서를 너무 믿는 무지에서 위험이 발생한다.

통장이나 실질은 거의 무시하고 세금계산서가 발급되면 모든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무지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결국 세금은 절세보다는 내가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무지 때문에 더 내는 경우가 많음을 명심해야 한다.





❸ 

세금계산서를 

잘못 발행하는 경우


모든 영수증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구입한 사람에게 돈을 받았다는 증거로 끊어주는 것이다. 즉, 회사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은 후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구입한 자에게 교부하는 것이 세금계산서다.

세금계산서에는 공급자, 공급받는 자,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 공급일자 4가지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한 가지라도 잘못 기재할 경우 세금계산서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산세까지 내야 할 수도 있다.

4가지 항목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급자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회사. 회사의 명칭과 사업자등록번호를 올바르게 기재해야 한다.

공급받는 자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자. 공급받는 자는 공급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받기만 하면 되지만, 잘못된 세금계산서를 받으면 나중에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공급자보다 더 세금계산서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판매한 금액을 공급가액이라 하고, 그에 대한 10퍼센트가 부가가치세로 부과되므로 분리해서 각각의 금액을 기재한다.

공급일자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날짜를 기록하는데, 물건을 판매한 날짜와 대금 회수 날짜가 다른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외상거래 시 대금을 받은 날짜가 아니라 판매한 날짜를 기록한다. 선수금을 받은 거래에서도 판매한 날짜를 기록하지만, 선수금을 받은 날짜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세금계산서에서 가장 어렵고 많이 틀리는 것이 공급일자이다. 왜냐하면 회사 간 거래의 경우 상품판매와 대금 회수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오늘 1000만 원(VAT 별도)의 물건을 팔고 6개월 후에 돈을 받기로 했다면 세금계산서는 오늘 날짜로 발행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상품을 산 사람에게 받아서 국세청에 납부하는 것인데 아직 받지도 않은 돈을 판매자가 먼저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들은 돈을 받은 시점에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곤 한다. 즉 세금계산서 발행일자를 몰라서 틀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현실 때문에 법을 어기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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