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회계사 Jun 21. 2018

그 식당의 점심과 저녁 메뉴 가격이 다른 까닭

원가를 기초로 하는 의사결정

❶   

점심식사와 저녁식사의  

가격이 다른 이유는?  

     

처갓집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해서 내가 식당 예약을 하게 됐는데, 아내가 하니 국물 있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샤브샤브로 메뉴를 정하고 N 소고기 전문점에 전화를 했다. 점심때 샤브샤브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저녁에도 하는지 궁금했다. 

“저녁에도 샤브샤브를 하나요?”

“네, 합니다. 그런데 저녁 가격은 점심때의 두 배예요.”

점심에는 1인분에 1만 원인데 저녁에는 2만 원이라는 것이다.

“왜 저녁에 비싸죠?”

“저녁에 비싼 것이 아니라 점심에 싸게 드리는 겁니다.”

식사 예약을 하면서 그 식당의 마케팅 전략을 알 수 있었다. 점심때 소고기 먹으러 식당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 끼에 2만 원이나 되는 식사를 가볍게 먹기도 힘들다. 그러니 그 큰 식당에 점심때는 손님이 없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원래 2만 원 정도 하는 식사를 절반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식당은 점심 장사에서 손해를 보고 있을까?

보통 식당의 경우 원재료 가격이 40퍼센트, 인건비와 시설투자비 등 고정비가 30퍼센트 정도다. 2만 원짜리라면 원가가 1만 4000원(원재료비 8000원+인건비 등 6000원)이니 점심때 1만 원에 판다면 4000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가관리의 구조를 이해하면 이 식당의 전략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인건비와 시설투자비는 점심때 손님이 오건 오지 않건 발생하는 고정비다. 따라서 점심때 1만 원에 팔더라도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원재료비 8000원뿐이므로 한 끼당 2000원의 마진을 보는 것이다.

이처럼 의사결정을 할 때는 원가 중에서 고정비를 무시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고정비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선택하든 포기하든 반드시 발생하기 때문에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점심을 1만 원에 팔아서 추가로 늘어나는 매출과 늘어나는 변동비만 가지고 이익인지 손해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단, 기회비용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점심을 1만 원에 팔 경우 손님들은 1만 원을 정상가격으로 생각해 저녁식사가 비싸다고 판단하고 저녁식사까지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저녁에 팔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한 것이므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또한 점심메뉴를 2만 원이라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손님도 있을 텐데, 이 경우 1만 원을 추가로 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니 이 또한 기회비용이다.


집 근처에 ‘두 마리 치킨집’이 있다. 약간 작은 치킨을 한 마리 5000원에 파는 곳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두 마리에 8000원으로 팔기 시작했다. 치킨 집에서는 5000원에 한 마리를 파는 것과 8000원에 두 마리를 파는 것 중 어느 쪽이 이득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8000원에 두 마리를 파는 것이 이득이다. 이는 변동비와 고정비에 따른 마진 차이를 이용한 것이다. 언뜻 보면 한 마리당 가격이 4000원밖에 안 되니까 손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치킨과 양념 등의 원재료가 2000원이라면 5000원에 한 마리만 팔 경우 3000원의 마진이 생긴다. 반면 두 마리를 8000원에 팔면 이는 한 마리씩 파는 경우보다 수입은 3000원이 증가하고 원가는 원재료 가격인 2000원만 증가하니 1000원의 이익이 추가로 발

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튀기는 기계나 임차료, 종업원 인건비 같은 비용은 치킨 판매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고정비다. 즉, 두 마리씩 팔거나 한 마리씩 팔거나 차이가 없는 사항이므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치킨집은 두 마리에 8000원인 치킨을 한 세트로 보고 판매하는 것이다. 한 세트씩 마진을 따진다면 오히려 8000원에 파는 것이 마진율이 높고 매출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항공기 할인율이  

예약시간에 따라 

바뀌는 이유는?    


나는 제주에 살면서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기 때문에 항공기를 굉장히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항공기 예약을 수시로 하게 되는데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한다.

그런데 시간대별로 인터넷 할인율이 다르고 제주도민할인까지 감안한다면 인터넷 예약을 할 때 가격 차이가 제법 크다. 일반적으로 아침 일찍 제주에서 육지로 떠나는 비행기는 이용객이 적어서 할인율이 높다. 그런데 항공기를 예약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똑같은 날짜의 비행기 할인율이 시간이 가면서 바뀐다는 것이었다.

분명 전에 보았을 때 25퍼센트 할인율로 되어 있었는데 좌석이 많이 남아 있어서 예약을 미루었다가 나중에 예약하려고 들어갔더니 할인율이 15퍼센트로 떨어져 있었다.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예약하는 시기에 따라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원가회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항공사에서 비행기, 조종사, 티켓 판매인, 연료, 비행장 착륙 수수료, 화물 취급자 등의 다른 원가는 모두 고정원가이고 변동원가는 식대나 음료수 정도다. 그래서 항공사 직원들이나 승무원들은 공짜로 비행기를 타게 해주어도 항공사에 큰 추가비용이 들지 않기에 복지후생 차원에서 공짜탑승을 지원한다. 어차피 항공사 직원들이 타지 않더라도 고정비는 발생하고, 음료수 한 잔 값만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석에 여유가 있을 때는 변동비만 상쇄할 수 있을 정도면 할인율을 최대로 하여 승객 한 명을 더 태우는 것이 낫다. 그러나 할인율을 너무 크게 하여 가격을 덤핑하는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정상 가격을 지불하지 않도록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10퍼센트에서 최대 30퍼센트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비행기가 만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상가격을 받고 팔더라도 어차피 손님들이 타게 되는데 할인율을 높게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항공기 시간이 임박해 있을 때 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면 할인율을 높여서 승객 한 명을 더 태우도록 만들고, 자리가 없을 때에는 할인율을 줄여서 마진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즉, 특정 고객에게 항공기 좌석을 판매함으로써 포기한 이익(=기회비용)이 얼마인가를 평가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좌석이 남아 있다면, 기회비용은 0이다. 그러나 비행기가 만석이라면 기회비용은 정상가격이다.

원가회계는 구멍가게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가격결정을 비롯한 의사결정에 전반적으로 활용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가계산은 기본이고, 계획을 세우거나 통제에 필요한 핵심적인 자료들을 경영자에게 제공한다. 이와 같이 원가회계를 공부하는 것은 비즈니스맨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투자다.


이전 06화 갈빗집이 정육점을 하는 이유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