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찌아이의 명물 칠면조덮밥, 훠찌로우판 [대만의 맛 미리보기-1]
안녕하세요 ‘대만맛집’ 저자이자 중국맛전문가부부 무나&뎅입니다.
여행을 못가는 코로나 시국에 스스로의 마음도 달래볼겸, 곧 열릴 대만 식도락여행을 준비하시는 예비여행러를 위해 ‘대만의 맛 미리보기'를 연재합니다. 매주 1회 연재를 목표로 하고있지만 현실은 부정기 연재입니다..ㅠㅠ 열심히 올려볼게요 :)
‘대만의 맛 미리보기’의 첫 주인공은 찌아이(嘉義)의 훠찌로우판(火雞肉飯)입니다.
훠찌로우판(火雞肉飯)은 칠면조고기가 먹기좋게 손질되어 올라가있는 가벼운 덮밥입니다. 찌(雞)는 닭을 뜻하고, 훠찌(火雞)는 칠면조를 뜻하는데, 닭에 비해 크고 불그스름해서 불 화(火)를 닭 계 앞에 붙여 ‘훠찌’라고 부릅니다. 대만의 서쪽 중남부도시 찌아이(嘉義)의 명물이며, 닭고기에 비해 약간 퍽퍽한 느낌의 식감입니다.
이 찌아이가 훠찌로우판의 명물이 된 배경은 2차세계대전이 종식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일본과 전쟁을 치뤘던 미공군이 대만 찌아이에 기지를 설립하면서, 여기 미공군이 직접 소비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칠면조를 들여와 키웠는데 주변에 양계장이 생기면서 요 칠면조를 대대적으로 키우게 됩니다. 당시 대만은 전쟁후에 서민이 고기 사먹을만한 형편이 못됐었는데, 칠면조는 일반 닭보다 크기도 클 뿐만아니라, 가격도 저렴하고 영양가도 높아 칠면조 요리를 다양하게 시도하게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끝에 마침내 훠찌로우판이 탄생하며 이 음식은 찌아이를 대표하는 명물이 되게됩니다.
찌로우판은 밥공기정도 크기의 작은 그릇에 밥을 놓고, 위에 조리된 칠면조고기를 찢거나 편으로 손질해 올린후, 칠면조의 뼈등 남은 부속과 돼지기름등을 오랜시간 우려내 걸쭉해진 국물을 밥위에 끼얹는 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단무지같은 무장아찌를 두세개정도 올리는데 이것은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성인남성 기준으러 훠찌로우판 하나만 먹어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곱빼기를 주문하거나, 여러 반찬들과 함께 먹는게 일반적인 대만식 식사 모습입니다. 만약 칠면조의 맛이나 식감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면 칠면조 대신 닭고기로 만든 찌로우판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훠찌로우판은 대부분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평균 30-50 대만위안 = 한화 약 1200~2000원)
사실 훠찌로우판을 맛 볼 생각으로 찌아이에 방문한다면, 무수히 많은 훠찌로우판 전문점때문에 선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찌아이안에는 전국적으로 이름있는 훠찌로우판 전문점만 30개는 족히 넘고, 실제로 등록된 가게만 150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이런 가운데 찌아이의 훠찌로우판은 어디가 맛있을까? 라는 궁금함에 찌아이에서만 열흘넘게 훠찌로우판만에 먹어본 무나&뎅이 추천해드리는 곳은. (칠면조 X내가 나도록 먹어봤습니다, 대충 20군데?)
펀쉐이 찌러우판 (噴水雞肉飯)
찌아이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훠찌러우판. 대만에서 칠면조소비량이 제일 높은 가게. 가게명의 펀쉐이(噴水)는 분수라는 뜻인데, 70년전 분수가 있는 로터리 길가에 오픈하여 가게명에 분수를 붙혔다고하네요, 펀쉐이가 물을뿜는다는 뜻도 되는데(분수니까;), 실제로 방문하기전에 분수의 존재를 몰랐을때는, 너무맛있어서 침샘에서 물을뿜는다는 뜻을 담은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장제스(蔣介石)의 아들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이 애정하던 집이기도합니다. 실제로 장징궈가 귀띔도 없이 몇번 불쑥 찾아와서 당시 찌아이 경찰청장등 출동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합니다. 지금은 3대째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본점외 4곳의 지점을 만들어 운영중입니다. 가장 오리지널 맛 훠찌러우판을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개선하지않은것도 그렇고, 유명세에 초심을 잃었다고도하고.. 현지의 젊은 사람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래도 일단 본래의 맛은 먹어봐야하지않겠어요? (사실 찌아이 현지인들은 가지말라는 집이기도 합니다..) (이게 추천을 하는건지 아닌건지..)
*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갈까?
찌아이(嘉義) 기차역에서 정동쪽으로 10분정도 걸어가시면 됩니다. 분수가 보이면 근처에 펀쉐이 찌러우판을 찾으세요.
주소: 嘉義市西區中山路325號
운영시간: 매일 09:30~21:30
아샤 찌러우판 (阿霞雞肉飯)
각자 개인의 취향은 있겠지만, 찌아이 현지인이라면 대부분 동의하는 훠찌러우판 찐 맛집. 가게의 역사나 이야기는 딱히 알려진건 없지만, 긴 대기줄이 이 집의 인기를 실감케 합니다.
밥위에 올라간 칠면조는 살코기는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고, 살캉한 식감도 함께 느껴집니다. 위에 짭짤한 양념은 살짝의 느끼함마저 잡아주고, 밥에 윤기있게 스며들어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냅니다. 훠찌로판의 진수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꼭 방문해보세요 :)
*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갈까?
찌아이(嘉義) 기차역에서 정동쪽으로 12분정도 걸어가시면 됩니다. 분수가 보이면 야시장방향으로 오른쪽 큰골목으로 들어가면 곧 보일거에요.
주소: 嘉義市東區文化路119號
운영시간: 매일 18:40~01:40
지엔딴 훠찌러우판(簡單火雞肉飯)
상호명 그대로 간단(簡單:지엔딴)한 느낌의 가게인데요, 맛까지 간단하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텐션있는 칠면조 식감의 훠찌러우판도 맛있지만, 밥없이 접시에 담긴 칠면조고기인 훠찌러우피엔(火雞肉片)의 맛이 인상적이에요. 칠면조 고기에 베인 소금 짭짤함이 고기 자체의 고소함, 탄력있는 식감과 조화로운데, 여기에 다진마늘이 든 달콤짭짤한 카라멜간장소스(찌앙요우까오:醬油膏)을 찍어먹으면 정말 별미에요 :) 찾아가긴 좀 까다롭지만 정말 한번은 먹어봐야할 맛임에 틀림없어요.
*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갈까?
찌아이(嘉義) 기차역에서 꽤 멀어요, 버스도 삥돌아가요. 답이 없네요. 택시를 타시죠ㅠ
주소: 嘉義市東區文化路119號
운영시간: 매일 18:40~01:40
량찌 찌아이 찌러우판 (梁記嘉義雞肉飯)
솔직히 무나&뎅이 찌아이(嘉義) 포함 대만에서 가장 좋아하는 집이에요. 여긴 칠면조가 아닌 닭을 사용하는데요, 아무래도 타이베이에서 칠면조는 흔하게 쓰이는 식재료는 아니라서, 타이베이 현지에는 닭고기를 이용한 찌러우판(雞肉飯)집이 대세라면 대세에요.
칠면조에 비해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 간도 빨리 베는데요, 칠면조고기인 훠찌러우판과 조리법은 비슷해요. 이 집의 하이라이트라면 역시 찌로우판위에 올려먹는 반숙후라이인데요, 고슬고슬한 밥위에 찢어서 손질한 닭고기와 짭짤한 양념, 그 위에 막 부친 따듯한 반숙후라이의 노른자를 깨서 밥을 슥슥비벼먹으면..(쓰면서 키보드에 침흘림).
*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갈까?
분명히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데, 대중교통으로 가기 살짝 까다로운 느낌이 있어요. 그린라인과 옐로우라인 환승역인 송쟝난징(松江南京)역에서 적당히 구글키고 5분정도 걸어가시면 되요.
주소: 台北市中山區松江路90巷19號
운영시간: 월~금 10:00~14:30, 16:30~20:00 (토, 일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