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편
한동안 가족만 바라보며 살았다.
아버님이 떠나시고, 남편이 힘들어하고,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기운을 느끼며 조심스러워했다.
나는 늘 괜찮은 척했다.
'엄마는 괜찮아'
그 말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이며 하루를 버텼다.
그런데 문득 거울 속 나를 바라보던 어느 날,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웃음이 줄고, 눈가엔 피로가 자리 잡은 나였다.
그때 깨달았다.
이제는 나 자신을 돌봐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조금씩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퇴근 후 10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고,
운동하고 글쓰며 하루를 정리했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커피 한잔을 들고 앉아 있었다.
그 짧은 순간들이 마음을 회복시켜 주었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라는 이름으로 숨 쉴 수 있는 시간.
요즘은 글을 쓰는 게 참 좋다.
글 속에서는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고,
그 모든 감정을 내 방식대로 정리할 수 있으니깐.
아버님이 계셨다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셨을것 같다.
'이제 네 인생도 좀 살아라'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가족을 사랑하되, 나도 놓치지 말자.
나를 지켜내야 다시 사랑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