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편
여행을 다녀 온 후, 우리 가족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아침에 식탁에 둘러앉을 때
남편이 '커피 줄까'하고 묻는 말 한마디,
아이들이 장난스레 주고 받는 대화,
그 모든 것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났다.
저녁 식탁 위에 놓은 반찬 하나,
거실에 함께 앉아 TV를 보는 시간,
그냥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우리를 다시 이어주고
있었다.
아버님 방은 아직 그대로다.
남편은 여전히 그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걸
하루하루를 버티던 시간이,
이제는 살아내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시간이 약이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사람이 약이라고 믿는다.
서로에게 기대며 다시 웃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니깐.
누님이 그집에서 계속 살수 있겠냐고
물어보신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함께한 이곳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아갈것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족, 다시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