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편
한때는 돈이란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가계부를 펴들 때마다 '이번 달은 또 어디서 줄여야 할까'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나는 매달 숫자와 싸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통장에 여유가 생겼다기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돈이 있어야 여유가 생기는게 아니라
돈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여유가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예금 이자 내역을 확인할 때
마치 나를 도와주는 '작은 일꾼들'을 보는 기분이다
열심히 모은 돈이 나 대신 일해주고,
그 덕분에 나는 주말에 더 오래 가족과 밥을 먹을 수 있다
예전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썼다면,
지금은 돈 덕분에 시간을 벌고 있다.
아이들과의 짦은 여행, 남편과의 대화
그 모든 순간이 '돈의 여유'가 만들어준 선물이다
물론 여전히 돈은 필요하고, 계획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목표가 '불안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다
내년은 우리 부부의 결혼 20주년이다.
그동안 달려오느라 잠시 미뤄둔 '함께의 시간'을
이번에는 꼭 만들어보려 한다.
아이들과 함께 처음으로 떠나는 가족 해외여행,
그 여정을 준비하는 지금이 나는 참 행복하다.
나는 오늘도 숫자를 적는다.
그건 더 이상 계산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루틴이고, 내 삶의 감사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