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길을 함께 걷다

25편

by 지니

언제부턴가 우리는 나란히 걸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운동과 재활, 글과 일상을 챙기느라,

남편은 일과 친구들 관계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함께 걸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집 근처 산책길,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골목이었지만

그 길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어색하게 몇마디 주고받다가

어느새 대화가 길어졌다.

그동안 묻어두었던 마음,

서로의 생각,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

한참을 걸으며 다시 이야기했다.


남편이 말했다.

'그냥 이렇게 걸으니깐 좋다'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가 잊고 있던 건 바로 이런 순간이었다.


요즘 남편은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를 배우고

나는 어깨 재활과 운동을 하며 나를 돌본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보내는 지금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20년을 함께 걸어온 우리 부부에게

이 산책길은 작은 상징이 되었다.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같이 걸을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걸

다시 배우는 길이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걸을 것이다.

천천히, 때로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며 살아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돈이 나에게 주는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