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26편

by 지니

20년 가까운 세월을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커 있었다.

큰애는 벌써 내년에 수능을 치고, 둘째도 어느새 어른의 얼굴을 조금씩 닮아간다.

바쁘게 사느라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그 시절,

아이들 곁에 충분히 있어 주지 못한 날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는 좋은 부모였을까?'


생활비 걱정, 대출, 집안일, 회사업무...

모든 걸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쌓이던 때가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흔들리는 날에도, 힘겨운 순간에도

아이들에게만큼은 안전한 울타리가 되고 싶었기에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렇게 달려왔다.


돌이켜보면 잘한 것도 있고 못한것도 있다.

그래도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늘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은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보면서 든 생각은 단순했다

'시간은 참 빠르구나'

어느새 하루에도 몇번씩 품에 안아주던, 밤마다 울어서 재운다고 밖에 드라이브 했던 아이들은 없고,

서로의 의견을 뚜렷하게 말할 줄 알고,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큰애는 내년에 수능을 앞두고 있다.

고3이라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지 잘 알기에, 아이가

짊어지고 있는 그 부담을 가볍게 해주고 싶었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부모 마음처럼 꼭 맞게 돌아가진 않는다.

그래도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우리 딸이 어떤 길을 가든, 엄마는 늘 응원해.'


둘째도 티 없이 밝을 줄만 알았던 시설을 지나, 자기만의 생각과 고민이 생겼다.

부쩍 말수가 줄었다가도 어느 날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싶다고 울기도 하고

이제는 두분이서 같이 계시겠지 하면서 웃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부모로서 해온 선택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결국, 부모의 마음은 단순하다

완벽하진 않아도

잘해주지 못한 날들이 있어도

그 모든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는

흔적으로 남았으면 하는것

그게 다였다.


3세대가 한집에서 산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부모님도, 우리도, 아이들도 각자의삶의 속도와 리듬이 있었고

그 리듬들이 하나 집안에서 부딪히고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소음과 온도가 있었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 부모님 두 분을 모두 떠나보내고 나니

우리 부부도 아이들도 조금은 허전한 공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은 본인 방이 생겼다고 좋다고 했지만

정작 밤에 잠을 못자고 우리 부부 방에서 잔다.

할머니 생각이 나서 못자겠다고...

문득문득 방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냄새

그 분들이 쓰던 물건 하나하나가 가족 모두를 멈춰 서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생각한다.

3세대가 함께 지냈던 시간 덕분에

우리 가족은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고


아이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마으을 자연스럽게 배웠고,

우리는 부모로서 겸손해지는 법을,

그리고 삶의 속도가 다르더라도 같이 살아가는 의미를 배웠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말이다.


각자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이제는 더 자주 마주 보려고 하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기다려주려 하고

서툴더라도 서로의 손을 붙잡아주는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이제는 정말,

우리 가족이 다시 길을 함께 걸어야 할 때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사랑을 가슴에 담고,

그분들이 걱정하지 않을 만큼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그리고 나는 믿는다.

우리 가족이 걷는 이 길이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지금보다 더 단단한 길이 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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