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암흑 같았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이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하루를 넘기는 날들이었다.
그럼에도 그 길을 끝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언젠가는 이 시간이 지나갈 거라는,
아주 막연한 믿음 하나 때문이었다.
그 믿음이 확실해서가 아니라
믿지 않으면 더 이상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갔다.
그렇다고
이 길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선택을 그대로 따르라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의 속도와 사정이 있고,
각자의 선택이 있으니까.
다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분명 어딘가에는 더 있을 거라고.
중간중간
“잘 가고 있다”는 말 한마디,
“지금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하나만 있어도
사람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확신을
어디에서도 얻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
결국 우리가 믿었던 건
우리 자신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선택들은 참 기초적이었다.
안 먹고, 안 쓰고,
당장 즐기기보다 버티는 선택.
특별한 재능도,
남들보다 빠른 길도 없었기에
우리는 그 선택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몰랐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신 더 벌고, 더 쓰고,
더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물론
우리보다 돈을 잘 버는 사람도 많고
본업에 투잡, 쓰리잡까지 더해
쉼 없이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그만큼 지출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바다 앞에 서 있다.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 건너지 못한 바다가 남아 있고,
그래도 다시 한 번
물가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 길이 옳았는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여기까지 온 발걸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 있다면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아직
바다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