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준 날

by 지니

요즘 상담을 통해서
나는 많이 배우고 있다.
아이를 이해하는 법보다
아이 곁에 머무는 법을.
큰아이 곁에 있던 한 동생이 있었다고 했다.
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조언도 하지 않았고,
무엇을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다.
그저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시간을 보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말을 걸지 않아도,
위로하지 않아도,
해결하지 않아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아이를 조금 숨 쉬게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졌다.
나는 늘
아이를 다그쳤다.
“이제 그만 힘들어해.”
“그래도 해야지.”
“언제까지 이럴 거야.”
아이를 포기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아이에게
일어날 시간만 주고
앉아 있을 시간은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동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늘 뭔가를 하려고 했다.
말을 붙이고,
방향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를 요구했다.
그 차이가
아이에게는
크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제야 알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항상
해답을 가진 어른이 아니라
감정을 서두르지 않는 어른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여전히
완벽하게 기다리지 못한다.
불안해지고,
답답해지고,
자꾸만 앞으로 밀어내고 싶어진다.
그래도 요즘은
하나를 연습한다.
아이 옆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그 침묵이
아이를 더 외롭게 만들까 봐
두려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말보다 먼저 필요한 건
곁에 있음이라는 걸.
아이를 키우며
나는 늘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이는
내가 가르쳐주기 전에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나는 그 감정을
조금 늦게 따라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준 그 동생처럼,
나도
아이 옆에 조금 더
조용히 있어보려고 한다.
엄마는 늘
앞에 서 있어야 한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옆에 서도 괜찮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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