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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Aug 23. 2020

글을 통한 대화

<라틴어 수업> / 한동일

‘라틴어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는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라틴어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수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죠.
...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
...
지식, 즉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과 달라야 하는 지점은 배움을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쓰느냐
나눔으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세의 교육 목표는 전인적인 교양인을 양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시기의 교육은 첫 단계로 문제의 정립, 곧 명제를 만드는 훈계를 했습니다.
그리고 논리를 통해 그 명제에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음 단계라고 보았고요.
이는 일종의 자기표현의 훈련이었고, 이를 통해 학문의 영역을 넘어 인생의 차원에서 궁극적인 논리를 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
중세의 교육에서 주목할 것은 젊은 세대가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자기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언어에는 이야기, 즉 문화와 가치관 같은 게 담겨 있기 때문에
언어를 알아가는 일은 역사와 여행을 사랑하는 나에게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초급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한 지 5년 차인 나는 여전히 초급 중에 초급이라
라틴어를 배우겠다는 포부를 갖지는 못하겠어서
문법보다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어른이 되어 혼자 영어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하나 있는데
학창 시절에 라틴어를 공부했더라면 
지금 너무나도 잘하고 싶은(기초만 네 번째 파고 있는)

스페인어나 다른 유럽 언어를 배울 때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거다.

워낙 로마제국 역사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이미 아는 얘기도 많고 깊이를 더해주는 이야기도 많아 좋았다.

또한 작가의 선한 결이 느껴져 더욱 좋았고,

무엇보다 언뜻 비친 그의 가치관에 동의가 많이 되어 가슴이 들뜨는 순간도 있었을 정도.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대화의 희열,
책이 참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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