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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Apr 06. 2021

외유내강

<나는 너다> / 황지우 시집

시 102

지친 한밤의 100원짜리 삼립빵,
가난한 목수 아들의 살에서 뜯은 빵이여
잔업이 잔업을 낳고
靈魂(영혼)에 찰삭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利潤(이윤)이라는 이름의 거머리.
이 피는 포도주가 아니다.
사제 목에 걸린 철십자가에 못 박힌 노동자.
나의 安樂(안락)이 너를 못박았다.
이 짐승들아, 가슴을 친다고 그게 뽑혀지느냐.

시 508

어머니는 우리들 앞에서, 종종, 느그 아부지는, 하고 말을 잇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느그 아부지’라는 말에는 너무나 괜찮은 세월이 들어 있다.





발문에서 홍정선 님의 말처럼

그의 시는 날카롭고 과격하다 못해

내게는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 읽은 시집들이 죄다 정적이고 소박한 분위기라

내게는 정말이지 눈으로 시를 읽는데 귓가에 시가 크게 울리는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학창 시절 그의 대표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읽었을 때는

국사 교과서 속 역사는 말 그대로 책 속의 것이라

단조로운 슬픔 또는 완벽히 타인의 절망감 정도만 느끼고 넘겼는데


나이가 들어 세상과 사회에 절절한 내 생각, 감정을 갖게 되니

그의 시가 조금 더 크게 울린다.


울림이 너무 커 시끄럽게 느껴지는 시들도 있었지만

발문을 쓴 홍정선 님이 그린 그의 성정이 그리 따뜻하다 하니

다시 읽는다면 저 농촌의 마음 따뜻하고 정의감 넘치는 청년의 소리 정도로 들릴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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