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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Road Movie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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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un 21. 2022

내 남편은요

홍콩

나만큼은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함.

같이 여행하면 나 힘들지 않게 앞장서서 애씀.

가끔 무뚝뚝하고 자주 자상함.

깨닫거나 이해하고 나면 바로 행동으로 옮김.

나보다 표현 잘함.

아이랑  놀아주는 아빠.

내 베스트 쇼핑 파트너.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 신발 등 잘 골라줌.

돈 벌면 나랑 아이한테 제일 먼저 좋은 거 해주려고 함.

화장실 청소 실력이 꽤 좋아짐.

내가 해준  항상 맛있게 먹음.

쓰레기 잘 버려줌.

내 친구들한테 잘함.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아파트 살게 해 줌.

태어나서 제일 넓은 집 살게 해 줌.

내 여권 도장 많이 찍게 해 줌.

나보다 웃김.

나보다 건강함.

나보다 힘셈.

나보다 운전 잘함.

내가 좋아하는 거 잘 기억해줌.

내가 좋아하는 음식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줌.

내가 좋아하는 티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줌.

내가 좋아하는 커피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줌.

퇴근하고 피곤한 밤에도 내 얘기 들어주려고 애씀.

나랑 같이 매일 기도함.

나 아프면 약 챙겨주고 병원에 함께 가줌.

나보다 착함.



 이 리스트는 바야흐로 7 ,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다투던  작성한 리스트다.

 

  기록을   가족 휴가로 홍콩에 갔을 . 육아가 버거운 아내, 회사 일로 바쁜 입사 3  가장이었던 우리는 생각해보면 당시 많은  서툴렀고 그래서 자의 자리에서 많이 힘든 때였다. 부부로서도, 부모로서도 서툴렀기에 우린 서로 힘이 되어주기보다 각자 자기가 더 힘들다고 떼를 부리며 다퉈왔던 . 특히  여행은 1년에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떠날  있는 여름휴가였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우린 크게 투고 말았다. 남편이 갑작스러운 이 생겼다며 수수료를 내가면서까지 우리보다 하루 일찍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을  해내고 싶은 이유도 우리 가족을 조금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알지만, 그렇지 않아도 일이 바빠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데  년에   번뿐인 가족 휴가까지  때문에 방해받는  당시에 나는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남편이 절대 마음을 바꿀  없다는  알면서도 나는 끝까지 말이 되냐며 싸웠고, 가장 신나야  여름휴가가 그렇게 망친   남편과  때문인  같아서 떠나올 때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오니  마음도, 남편의 마음도 많이 누그러졌다. 아마도 일상을 떠나 오롯이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라는  자연스럽게 느낄  있었기 때문이었던  같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남편이 먼저 떠나기 하루  , 우리 부부는 조금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때 서로에게  약속이 바로 이것, 앞으로 서운한  알아달라며 떼쓰는 대신 상대에게 고마운 것들을 이야기하기로  거다.


  예행연습으로 우린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  서로에게 고마운 것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그저 문장으로 나열한 것뿐인  하지만  기록이  효과는 꽤나 커서, 실제로  시기를 기점으로 우리가 다투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이 일은 매해 마지막  우리 부부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전까지는 서로에게 서운했던  적으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 해부터는  해동안 고마웠던 것과 앞으로 상대방을 위해 해주고 싶은 일들을 다짐하는 글을 적기 시작한 거다.


  일이 연례행사로까지 자리 잡은 데는,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전달받으며 각자에게 있었던 울림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상대방에게 서운해지는 이유들 대부분은 잘못한   자체보다 나와  마음, 그리고  애씀에 대해 상대가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서 온다. 그래서 이미 서로 충분히 알고 할퀴어  상대의 잘못을 나열하는  그만두고 고마운 것들을 나열하다 보니, 일단 상대가 나를 인정해주는 말들에 마음이 쉽게 풀려버리는 거다.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서, 사람은 결국 누군가로부터의 인정에  갈급하게 되는 .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인정받고 싶은 존재가 있다면 배우자 그리고 가족이 아닐까.


 벌써 7년째 우리는 부부로서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서로를 확인하며 산다. 올해 서로에게 남겨질 고마움 리스트에 작년보다 나아질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 나는 남편에게 고마운 이유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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