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Incheon to Yangon
정신없이 여행을 떠나오는 데는 이제 적응이 됐는데, 그렇게 시작하고 꼭 하늘 위에 오르고서야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고개를 쳐든다.
큰일을 결정하는 데 남들보다 고민을 덜 하는 나는, 아마도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이들보다 여행을 더 자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하늘 위에 오르면 느닷없이 이 선택이 필요했던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럴 때면 고민이라는 게 마치 정해진 양이라도 있는 듯 느껴진다. 양곤에 도착하기 20여분 전 비행기에서도 나는 갑작스럽게 떠오른 그 마음 때문에 잠시 심장이 요동을 쳤다. 하지만 일단 지나쳐보기로, 그리고 여행에 여행을 맡기기로 했다. 항상 내가 왜, 어쩌다 이곳에 왔는가 의문이 들만큼 휘몰아치듯 여행이 시작되었을 때 여행은 늘 내 고개를 끄덕이게 해 줄 무언가를 내밀어 왔으니. 이번에도 나는 그것을 믿어 보겠다는 거다.
전날 밤 한숨 수십 번에 심란한 마음을 날리며 기도하는데 내가 여행을 해온 지난 십수 년간 수십 번 여행을 떠나기 전 늘 같은 기도를 되뇌고 있다는 게 떠오르며, 여전히 내가 같은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게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고 깨닫고 담기를. 비행기가 곧 착륙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이제부터는 ‘여행’이 나를 이끌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