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여나 Feb 04. 2024

회사인가요, 학교인가요

MZ세대 팀장의 고민


팀장이 슈퍼비전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 거 까지 이해하겠다.

팀장의 일이고,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한 노력까지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어디까지 해야 합니까?

어디까지를 기대하는 겁니까?


(비)언어적 슈퍼비전의 범위를, 영향을 어디까지 바라봐야 하나... 심히 고민된다.






상사에게 요구받는다. 소위 말하는 팀원의 '관리' 차원의 접근들, 일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부터 일을 잘하기 위한 환경적인 개입까지. 나아가 개인적인 성향, 인성, 규범들까지.


흔히 유추할 수 있는 지각, 언행, 심성, 양심, 관계와 같은 것들이다.


일 자체에 대한 슈퍼비전을 넘어, 일을 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기본적인 회사규칙을 지키는 자세, 업무와 동료를 대하는 마음가짐, 인간관계와 일의 상관성 같은 것들까지... 그래, 한 번쯤 얘기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언제까지?

과연 회사에서 교정할 수 있는 것들일까?

회사라는 공간에서, 직장 동료라는 관계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나부터도 마음속에서 '직장 동료'라는 관계에 대한 선이 있다. 사회적인 가면 안에서 서로 적당한 거리를 지켜가는 선이 있다.

반대로 회사가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도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상사의 슈퍼비전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나의 가치관이나 성향에 맞는 것들은 취하고, 맞지 않는 것들은 버린다.

아마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똑같을 것이다. '슈퍼비전'이라는 명목으로 내뱉는 언어들이 과연 어디까지 가닿을까 싶다.


나아가서는 앞서 말한 '지각, 언행, 심성, 양심, 관계와 같은 것들로'부터 나는 괜찮나? 누군가에게 소리 낼 수 있나?라는 고민이 더해져, 쉽지 않다.


어쩌면 가장 난감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지각을 하는 상사가 지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업무태도가 좋지 않은 상사가 좋은 업무태도를 가지라고 하는 것이. 동료 관계를 가려는 상사가 모든 동료와 적당한 관계를 가지라고 하는 것이...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고, 완벽한 팀장이 어디 있겠나.

뻔뻔하게 내로남불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


언젠가부터 팀장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지각, 출퇴근을 지키는 것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와야죠. 이게 저희가 얘기할 건가요?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죠.'

'언행이요? 심성이요? 양심이요? 가정에서 배워야죠. 다 큰 성인이 어디 쉽게 바뀌나요. 그냥 엮이지 말고, 일만 해요. 거리 두고 일만 하면 크게 불편하지도 않아요.'

'끼리끼리, 여기도 똑같아요. 비슷한 직원들끼리 노는 걸 뭐라고 해요. 누가 소외되고, 누가 붙어 다니는 걸 어디까지 신경 써요, 선생님이에요? 따돌리지 말고 놀라고 그래요?'


실제로 이와 이와 같은 슈퍼비전 주제들은 말한다고 변화되는 것들이 아니다. 변화되는 직원이 있었던가 싶다.(나 포함)

오히려 요즘은 일을 벗어난 개인적인 성향에 대한 주제를 던지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은 학교가 아니라 회사다'라는 말로, '나는 보호자가 아니라 관리자다'라는 말로, 슈퍼바이저들은 슈퍼비전의 범위에 선을 둔다.

선생님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모범이 필수적이지 않고, 보호자가 아니라 전적인 책임과 보호의 역할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말이다.


회사에서는 선택한 방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포상과 징계의 규정을 정하고, 인재상과 우수직원을 정하고, 각종 지각계-사유서-경위서-시말서 등으로 책임을 묻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팀원 한 명이 회사가 바라는 '회사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 '지도'하고,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어쩌면 좋은 팀원의 모습을 팀장의 덕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고, 반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겠지.

잘된 팀원의 공을 팀장이 갖는 것, 그 팀장의 공을 그 위의 상사가 갖는 것... 피라미드 조직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로부터 고통받고 있다.






팀장으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마치 첫째와 막내 사이에 끼인 둘째와 같은 느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느낌인데. 크흠.

팀장이라는 자리에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눈치는 늘고, 생존력은 강해지는 거 같은데. 크흠.


한 발짝 떨어져, 슈퍼비전 역할에 선을 그어가며 고민한다.


슈퍼바이저가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좋은 어른이 되는 것과는 다르지만,

팀장으로서 슈퍼비전의 선을 시키는 것에 대해, 그 안에 진정성을 담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는 고민들이 이어진다.


이전 11화 통찰력으로, 손 대면 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