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어떤 선택을 했을까?
최고관리자와의 면담에서였다.
"누군가를 한 단계 높이 세우는 것은 '그 사람을 보고 따라오라'는 의미를 주는데,
그 자격과 모범이 되는, 서로 인정하고 신뢰되는 사람을 찾는 거지.
최팀장을 인정하고, 신뢰하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후배들이 최팀장의 모습을 보며 성장하겠지.
물론 부담일 테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테지만, 또 그런 모습을 요구할 수밖에 없어.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조금 더 회사와 가까워져야 해.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도 많을 거야.
상사와 잘 지내지? 회사 좋아하지? 그래.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고."
회사와 가까워져야 한다는 말이 처음부터 수용되진 않았다.
상사와 친하다는 말도... 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할 뿐이었다.
팀장이 되고 직속 상사로부터 들은 첫 피드백!
"이젠 직원들 말고 같은 팀장들이랑 어울리려고 노력해야지.
상사들도 챙기고. 상사들 챙기는 것도 팀장 역할이야."
역시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한 발짝 회사 쪽으로 걸어가야 했다.
이전까지는 회사 직원이라는 구분에서, 직원 옆에 서 있었다.
이제는 팀장으로서, 회사와 직원 사이에 서야 했다.
회사
팀장
직원
팀장이라는 자리는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조직이 결정한 역할을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그 의미는 단순히 조직체계에서의 '중간' 역할을 넘어선다는 걸 알아갔다.
아마도 팀장이 되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였든 아니든,
회사 내에서 자신의 색깔을, 존재감을 '뿜뿜' 드러내면서 팀장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것과 달리 팀장이라는 역할 자체로 존재감이 생겨버렸고,
회사와 직원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부정적'임을 느껴갈 때쯔음... 선택해야만 했다.
기존에 '뿜뿜'하던 자신의 색깔과 존재감을 조금은 흐릿하게 만들고,
회사의 색깔을 입고, 직원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나의 '통로'와 같은 역할이었다.
회사와 직원을 잇는 통로,
회사의 색깔과 직원의 존재감을 '관통' 시킬 수 있는 통로.
통로가 올곧고 단단한 건 의미가 있지만,
색과 무늬가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까지... 알아갔다.
회사
팀장
직원
'중간'이 가지는 의미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회사의 색깔을 잘 입고, 직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의 의지도, 직원의 입장도, 관통시킬 수 있는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각자 주장하는 메시지를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팀장도 일은 해야지! 녹음기도 아니고.
'올곧다'라는 의미는, '어디 망해봐라'라는 마음으로 던져진 언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 그러고 싶다...)
그 언어 속에서 전달하고 싶은 진실된 메시지를 찾고, 사회적인 의미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결국 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경험도 있어야 하고, 통찰력과 눈치도 필요하고,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성'이 있어야 한다... 하하.
회사란 지극히 사회적인 공간 아닌가!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숨김없이 표현하면서,
'나는 솔직해서 그래',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해'
라고 이야기하는 팀장을 만난다.
확실컨데, 아니다!
배려심 없고 예의 없는 것과
솔직함은 다르다는 걸 우리는 안다.
팀장이라는 자리에서 한해 한해 지날수록, 사회적으로 포장된 나를 만난다.
회사와 직원을 관통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나를 만난다.
그렇게, 어느덧 희미해진 나를 채우는 회사와 직원들을 만난다.
결국 나를 채우는 회사와 직원들이 얼마나 이질감없이 정합성을 이루는지가 관건이겠지.
그 역할 자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가치판단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끝내하고 싶었던 말은!
함께 일하는 회사와 직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팀장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팀장이 되겠다는 결정과
기꺼이 나누겠다는 결정과
회사와 직원을 잇겠다는 결정도 중요하지만,
좋은 회사와 동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장이 된 지 4년 차,
이제는 팀장님들이 느끼는 부담과 애씀을 압니다.
회사의 색깔과 직원의 존재감 속에서
자신의 빛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을 압니다.
팀원이었던 시절,
'저 팀장님, 저 팀원이었을 때 진짜 빛났었는데.'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저를 돌아보며, 이제야 응원할 수 있게 된 저를 반성합니다.
그 존재 자체로, 그 역할 자체로, 빛나는 팀장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