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어떤 선택을 했을까?
중간관리자 이상 모인 회식자리에서였다.
부장이 나에게 물었다.
"팀장이 되면 어떻게 해야 되니?"와 같은 맥락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답을, 올해 1월 1일 자로 팀장이 된 후배팀장에게 해주길 바랐다.
음~ 짧은 고민을 마치고, 후배팀장을 향해 답했다.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빨리 받아들여야 해요.
실무를 잘했다고 인정받으면서 팀장이 됐을 거예요.
이제는 실무를 잘한다 드러내는 것보다,
팀원들이 실무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돼요.
저는 이번에 퇴사한 팀장님이 이 지점에서 수용이 안 됐다고 생각해요.
팀원들 욕하면서 탓하면서, 팀원들 실무 대신 하면서 인정받으려고 했던 그 모습에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퇴사한 팀장님은 실무를 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장은 그런 팀장의 모습을 지지했다. 결국 팀장이 된 지 3개월이 지나 퇴사했다.)
대답을 듣던 부장이 다시 물었다.
"근데 처음부터 잘 되진 않잖아. 최팀장은 어떤 지점에서 수용할 수 있었는데?"
즉시 답했다.
"처음엔 억울했죠. 잘한다 소리 듣다가, 못한다 들으면 답답하죠.
특히 내가 하지 않은 일에, 팀원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할 때 억울하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내가 하지 않은 일에, 팀원의 일에 칭찬을 받을 때 알았어요.
'아, 팀장은 이런 자리구나.'
그 칭찬이 스스로도 인정이 되려면, 결국 제가 마음을 썼어야 했어요.
팀원이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관심 한 번, 말 한마디, 피드백 한 줄이라도 했어야 했어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마음을 쓰면서 알았어요.
'팀원이 일을 잘하게 하는 일이 팀장의 일이구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술자리였지만, 진심이었다.
얼마나 빨리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겠다는 결심을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퇴사한 팀장님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팀원을 탓하며 실무를 성공적으로 잘 해낸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고,
팀원을 도와 실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리더의 모습으로 인정받으려고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동료들에게 공감받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조직에서도 조금은 더 오래 믿고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이다.
팀장이 되겠다는 결심만큼이나 빠르게 '나누겠다는 결심'을 해야 했고, 다행히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나눔도 여유에서 나왔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췄고,
적당한 자신감도 있고,
팀원이 주는 신뢰감도 있어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부서가 바뀌면서 한 번, 신규 사업을 하면서 한 번,
'나누겠다는 결심'을 이기는 물리적 한계가 찾아왔던 경험이 있다.
타인이 보면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인지, 하지 못해서 못하는 것인지, 하고 싶지만 못하는 것인지 알 턱이 없다.
그저 마음이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렇게 아직도 종종 억울하지만?
이번에도 잘 수용해 보려, 조금 더 애써보려 노력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팀장님을 봤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잘 나누고 있는 팀장님도 봤고,
자신은 채우지 못하고 나누다가 지쳐가는 팀장님도 봤고,
의도적으로 최소한만 나누는 팀장님도 봤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누지 못하는 팀장님도 봤습니다.
팀장님들은 어떠신가요? 기꺼이 나누고 계신가요.
그 힘든 여정을 걸어가는 모든 팀장님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