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지어진 이름

15년 간의 일기장 속 이야기

by 피여나


처음 일기장을 쓰게 된 계기는 낭만적이었다.


15살 겨울이 시작되던 때,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문구점에 가서 일기장을 샀다.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색만 다르고 똑같은 디자인의 공책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헤어졌다.

나의 색깔은 짙은 파란색.


첫눈의 일기장이라...(크~ 낭만에 취한닷)

그날부터 매일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15살부터 19살까지 적었던 일기장을 훑어봤는데, 웬걸? 인간 CCTV 그 자체였다..!


몇 시에 학교에 가서 누구랑 놀았고,

마치고 친구네를 갔다가, 언제 집에 들어왔고,

누가 누구를 좋아했고, 누가 누구랑 다퉜고.


그래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일기 끝에 항상 스스로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는 것.


되돌아보면 유년시절에 자존감이 낮았던 아이 중에 하나였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식에 '왜? 왜 나를 좋아하지?' 의심했고, 발표를 하라고 하면 가만히 서서 끝내 말 한마디 꺼내보지 못하고 앉아보기도 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독고다이로 살았지.(이때 나의 행색을 봤다면... 난,

정말 세상 혼자가 되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떻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나 모르겠다. 그것 참 다행이다.


다시 돌아와서! 일기장 속에서 만큼은 나는 나를 항상 응원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진심으로 사랑받길,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랐나 보다.


지금의 '긍정적'인 나의 태도는, 철저히 훈련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학교 시절부터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적기 시작했다.


대학교 시절에 만난 사람들은 참 다양했다.

모습도, 생각도, 태도도, 삶도 가지각색이었다.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갈등 속에서,

나의 가치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를 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인생을 바라보고,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태도가 생기고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더욱 다양했다.

오빠랑 동생은 군대에 가서 '참 세상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구나 생각했다'던데,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름 평범했던 나의 삶과는 달리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어쩌면 지극히 평범했을지 모를...‘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더욱 선명해져 갔다.


내가 애착하는 어떤 것,

내가 관계하는 어떤 것,

내가 이루고픈 어떤 것.


그렇게 나의 일기장에 이름을 붙였다.

로맨스. 밸런스. 포커스.


낭만적인 일이 일어난 거란 세상에 대한 기대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의 조화로운 균형

온전히 내가 집중하는 삶에 대한 기록.




서른 살이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은 만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갖춰온 15년 간의 일기장 속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