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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Jul 10. 2023

집중 고충처리 기간

한 번은 더 믿어볼까


연말 쯤, 집중 고충처리 기간이 존재한다.

다들 알겠지만 연말이 워낙 바쁘지 않은가?

회사 일에 치여 고충처리 기간과 절차는

'하나의 일'과 같이 여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두번 다시없을 기회' 같았다.


수면 위로 떠오른 그분과 최고관리자의 만행은

하나의 정보가 되어 직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참 들어도 들어도 신선하고 놀랍다...


저마다의 고충을 소리 내어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함께 하자' 편을 만들어갔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다 함께 외치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고 들뜬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고충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밝혀지게 되는데...




대망의 D-day


나는 고충처리위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회의 자리에 갔다.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저마다 자리 앞에 몇 장의 종이가 올려져 있었고,

그분의 눈시울이 붉어보이는건 기분 탓이었을까.


다들 자리에 앉아 앞에 있는 종이를 펼쳐보았다.

수십 개에 달하는 고충이 접수된 내용들이었다.


인사팀에서 참 애를 써서 주제별로 묶었더라.

아주 눈에 보기 쉽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1. 초과근무 - 시간외보상

2. 환경정비 - 노후된 컴퓨터, 주변 환경 관리

3.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언어폭력, 인권침해


1,2번이 두세 가지로 앞에 적혀있었고,

대망의 3번이 주르륵... 종이 끝장까지.


저마다 눈으로 읽으며 턱 빠져라 '헉'하는 소리를 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고개를 드니 2명이 울고 있더라.

그분과 그분을 좋아하고 따르던 한 직원.


그분을 옹호하던 한 직원은

'미리 얘기했더라면' 알고 바뀌었을 것이라 했다.

기회를 주지 않고 고충접수를 통해 무기명으로 고발한 이 상황을 안타깝다 했다.


정말? 얘기했더라면? 바뀌었을까?

정말? 몰라서였다고 믿고 싶을까?


고충을 통해 그분과 최고관리자의 만행이, 글을 보고 있는 우리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여실히 드러났고,

직원들은 강력하게 그분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었다.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분'을 '벌'하라.

제대로 결정하고 대처하지 않을 시,

인권위에 고발하겠다는 식의 얘기들.


최고관리자는 다급히 방관에 대한 사과를 외쳤고,

그분은 '놀랐다', '몰랐다'를 시전 하며 울었다.


답은 있지만 아무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휴식시간을 조금 갖고 다시 모였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한 직원들은

그분의 징계와 기관의 대응을 외쳤고,


최고관리자와 그분을 옹호하는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한 번의 기회를 외쳤다.


결국 어떻게 됐냐고?


공개사과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이 재발할 시 징계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그 결정을 공개한 후 다수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었지만 생각 외로 수용되었다.

아마,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설마 하루 아침에 바뀌겠어?’싶은 마음...

나조차도 크게 실망하거나 놀라지 않았던 것을 보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공개사과가 있었다.

그분과 최고관리자는 종이를 두 손에 꽉 쥐며,

준비해 온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직원들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 노력과 방침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저 사과가 모면일까 진심일까 모르겠지만,

저 울음이 분함일까 성찰일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간 기분이었다.

왠지  번은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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