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여나 Nov 23. 2023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아니, 사람이 이럴 수 있나?

새해를 보내고 새사람이 되었나?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분'에 모두들 당황했다.

물론 그 전과 똑같은 모습은 우릴 더 당황스럽게 했겠지?


오히려 솔직하게 쉽지 않다, 노력하겠다, 서서히 변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진실됐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180도 태세전환  한 그분은, 이 세상을 관객 삼아 연기 하는 듯했으니...

(비련의 여주인공이었으려나...?)





나는 공교롭게 그분의 고충처리가 지난 새해 다음날, 회사 시무식에서 승진 임명장을 받고 팀장이 됐다.

물론 팀장이 된다는 것은 미리 결정된 사안이었지만, 굉장히 좋은 타이밍에 팀장이 되었다. 운수대통!


그분은 직원보다는 팀장들부터 속하는 중간관리자에게 더 험악하고 거친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함께 일하던 팀장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떠나가는 모습을 많이 봤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웬걸?


내가 팀장이 된 그날,

그분으로부터 들은 첫 질문이 무엇인지 아는가!


팀장으로 일하게 된 팀은 매주 그분과 업무 관련 회의를 하는데,

"내가 팀원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얘기하는  좋을까? 중간에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말해도 될까?"

라는 질문이었다.


와우!!

이런 생각을, 이런 배려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3년 전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회의의 진행 방식을 결정할 때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알던 그분이라면 응당!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고 본인 하고 싶은 말부터 해대는!

내용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괘딴소리를 하거나?

한 단어에 꽂혀 정보를 왜곡하여 오해를 하거나?

강압적으로 본인의 의견만을 고집하거나?

회의 자리를 보고와 지시 자리로 만들어버리거나?

하는 쪽이 익숙하다고!


 주에 이루어진 회의에서 정말 '소통' 하더라.

의견을 주고받고, 가장 좋은 결정을 향해 가더라.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닌, 슈퍼비전 주는 역할이더라.


놀라웠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옆 팀장님들께 이 비현실적인 사실을 알렸다.

왜냐하면, 이 회의는 12월까지만 해도 내가 팀원으로 참여하던 회의였기 때문이지!

직원을 질타하고, 무시하고, 원하는 대답만을 압박하던 최악의 시간이었는데...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못했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여러 회의 시간이 유익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따로 보고하거나 슈퍼비전을 요청하지 않아도

회의 시간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슈퍼비전을 들었다.


지극히 학술적이면서도 회사에 맞게 경험적이고,

관리자와 실무자가 모두 수용할 만큼 합리적이었다.


기존처럼 소리를 지르고 폭력적인 소통이 아닌,

'직장생활'을 하는 예의와 매너를 갖춰갔다.


그러면서 팀장들과 대면하는 시간에 틈틈이 알렸다.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다. 알았으니 변하겠다'라고.

'부족했다. 부끄럽고, 반성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그분의 만행은 점차,

새해에 승진을 한 막내 팀장인 나와 새해에 입사한 신입직원들은 빙산의 일각만을 아는,

'카더라'로 전해오는 과거의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변화된 모습이 한 달, 두 달 지속되면서

그분은 변하려 했고, 실제로 변해갔다.


직원들도 점차, 어쩌면 진심일지 모르는 그분의 마음을 궁금해했다.

무엇보다 우선, 불필요한 감정을 줄이고 그저 일 하기 좋아진 것에 만족해 갔다.


이전 06화 집중 고충처리 기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