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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Dec 25. 2023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입장을 이해해 볼까


그분이 팀장들과 대면하는 시간에 틈틈이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다. 알았으니 변하겠다'라고

얘기하는 팀장 중에 나도 포함이었다.


눈물로 호소하는 해명을 하기에,

아마 내가 가장 쉬웠을 것이다.


나는 회사 내 최고관리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었고, 팀장이 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팀원들과도 친하고 팀장들과도 알아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내가 봐도! 그분이 해명을 위한 노력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직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버프를 받아 순탄한 팀장의 시기를 보냈지만,

그분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만행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했다.


대놓고 "팀장님, 고객상담 하잖아... 나도, 내 상황도 좀 이해해줘봐"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뻔뻔하게도 '직원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얘기하면서, 그 당시 자신의 처했던 상황을 이해시키고자 했다.


또한 내가 중간관리자로서 팀원들과 팀장들에게 오해를 풀어주길 바랐다.


이제 중간관리자로서, 어느 정도 관리자의 역할을 하게 된 나에게 자신이 저지른 만행의 이유가 합당했다, 공감되지 않냐며 풀어가고자 했다.


종종 '가스라이팅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했지...






그분은 직원이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면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해도 '합당하다' 배우면서 자랐다고 한다.

오히려 일부러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기 위해 더 소리치고 공론화시켰을 것이다.


그분은 경력단절 여성으로 뒤처져 있는 경력을 메꾸고자 악바리처럼 일을 했고, 팀장 시절부터 회사 내에 친한 동료들 없이 독고다이로 지냈다고 한다.

오호지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에 매달렸고, 그렇게 인정받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분은 가족 내 형제들 중에 맏이로 책임감과 독립심이 강했다. 더불어 인정욕구가 매우 높았다고 한다.

어쩌면 과도한 책임감과 독립심이 독단적인 업무 스타일을 만들었고, 친한 동료가 없다는 점과 인정 욕구가 더해져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챙기기 위해 과도하게 고평가 했을 것이다.

(직원들이 얼마나 희생됐을지 모를, 우수한 성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분은 결국 인정을 받아 동료들을 이기고 승진을 했고,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통제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낄 정도로 직원들에게 과민하게 반응했고, 옳고 그름을 떠나 오로지 성과만을 향해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질주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직원들의 고충을 통해 브레이크가 밟아졌고, 그분은 어느 정도 예상했고 납득가능하다고 한다.


더 이상 재발하지 않기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 잘못을 했지만 자신이 이해받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얘기한다.


무엇보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최고관리자가 한 몫했다.

이중메시지를 던지는 언어와 책임을 지지 않고자 하는 태도가 그분을 몰아갔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증명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더욱 갈망하게 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이 성장해 왔을 과정을 통해 이해가 되면서도, 언행으로 표현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명백한 잘못이라 여겨졌기에


자신의 언행과 슈퍼비전 방식을 고쳐가겠다는 그분의 다짐은 합당하게 느껴졌다.

(나 정말... 그분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꽤 오랜 기간 시간 그분은 변화를 유지했다.


노력했고, 노력이 느껴졌고,

직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표현의 정도가 지켜졌다.


과연 얼마나 갔을 것 같은가?


변화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발하는 것도 신기한 이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갔을까 궁금하겠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재발됐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했다. 몰래몰래... 자신의 방에 불러서.


이렇게 재발하고 나니,

한 명의 직원으로서 회사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일을 개인의 성향과 개인의 잘못으로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


오히려 개인의 처벌로는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더 큰 고민이 남았고,

이제는 당한 직원이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는 변화만 남았다.


그렇게 공론화되었던 그분의 만행은 다시 수면 밑으로 감춰졌다.

오히려 직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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