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에 갇힌 노래
최악에서도 최악은 남아 있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진리다.
어쩌면 그분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철저히 이용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분은 사무실 어디에서도 큰 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외치던 폭언을, 자신의 방에서 한 사람에게 응축시켜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었고!
당한 사람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직원의 잘못과 자신의 정당성을 여러 직원들에게 알리며,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모습에 눈치를 보고 자신이 저지를 수 있는 행위의 수위를 조절해가고 있었다.
(물론 그 수위는 실제가 아닌 그분이 각색하여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전한 내용들이었다.)
당한 직원은 가만있었냐고? 궁금하겠지만,
가만있더라.
어떻게 가만있는 게 가능하냐고? 싶겠지만,
그런 직원들만 골라서 괴롭혔더라...
직책으로 찍어 누르던 그분의 만행이,
이제는 사람을 가렸다.
부하직원이라도 눈치 볼 직원을 가렸고,
자신의 만행을 허용해 줄 것 같은 직원들을 골랐다.
실제로 결핍이 있거나, 마음이 아픈 직원들을 골라...
2~3명의 직원에게 괴롭힘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 2~3명에 해당되는 직원들의 반응은 실로 놀랍다...
'제가 잘못했으니까 혼나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분의 말들에 상처받기보단, 내가 답답하죠.'
'저한테 한 말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옆에 있던 저 팀장한테 하는 말 아니에요?'
'저 같아도 그분처럼 화날 거 같아요. 그럼 저 직원이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누군가는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분을 공감하고 있었다.
직원을 향한 그분의 폭언의 수위는 날로 심해졌다.
강하게 밀치거나 등을 내려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도 나오고 있었다.
직원의 이야기와 그분이 하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상반됐지만, 보통 직원들은 직원 편이지 않은가.
이야기를 들은 직원들은 고발해라, 의의제기해라, 참지 마라 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직접 나서기는 어려웠다. 고발 시 같은 편이 되어주겠다는 이야기가 최선이었다.
점차 직원들 사이에서도,
'직접 당한 사람이 괜찮다는데,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라는 분위기가 만연해갔다.
어느덧 그분의 나쁜 행동보다,
'당한 사람이 답답하다, 왜 자신을 안 챙길까'라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결국
자신을 질책하던 직원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아프다가 퇴사를 하면서 끝이 났고,
그분을 공감하던 직원은 철저히 자신과 그분의 대상을 분리해 가며 그분의 신임을 받아 승진을 했다.
그렇게 공론화되었던 그분의 만행은 다시 수면 밑으로 감춰졌고,
직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자리 잡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상되겠지만,
그분의 대상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점차 통제력도 잃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그분이 철저하게 지키고자 하는 건 딱 하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아! 최고관리자가 주의하는 거 또 하나,
직원들 간의 친목과 집단행동을 감시하는 것이다.
...
이곳은 도돌이표에 갇혔다.
그분의 폭언이 지속되는 일도,
아픈 직원을 떠나보내는 일도,
그렇게 일을 하며 성취감과 유능감을 느끼기보다
동료 관계로부터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끼는 일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겠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후에 고충이 재기된 적은 없다. 지금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