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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Dec 26. 2023

'잘 버티기' 위한 노력

결국 '나 지키기'


종종 친구들이나 동종업계 지인들에게 회사얘기를 하곤 한다.

하나 같이 '어떻게 회사를 다니고 있냐? 퇴사해라' 대답한다.


버티는 것만이 답이 아닌 걸 안다.

예전처럼 그분의 만행이 나를 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앞서 얘기했던 일을 하며 얻는 성취감이나 유능감보다

동료로부터 얻는 죄책감과 자괴감이 더 크다는 것이 진심이라,

사람과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희미해져 간 지 오래다.


몇 번 언급해 왔지만, 사람 만나는 일을 한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알고 사람의 역량으로 일을 해내면서도,

사람을 아프게 하고 그 상처를 방관하는 회사를 다니는 것에 정뚝떨!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이유는 있다.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이 회사에서 생각했던 수준의 목표까지 왔다.


남은 책임감이 있어 조금 더 다니겠다고 다짐한 지 한 달째,

남은 기간만큼 잘 버티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지...!






결국 분노조절장애 상사와 일하기 위해서,

'나 지키기', '잘 버티기'를 위해 노력한다.


나름 오래 그분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직설이, 통찰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분의 질문에는 타인에게 하는 행동이 아닌, 나한테 보여주는 모습만을 평가한다.

그분과 업무를 떠난 감정을 섞거나, 사적인 대화를 섞지 않고자 노력한다.

어떤 주제라도 일적인 내용으로 해석하고, 일적인 관계와 일적인 대화를 하고자 노력한다.

슈퍼비전이라 내뱉는 말들 중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긴다.


앞서 자신의 미니미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도발하는 미니미를 겪으며,

"나도 저래? 내가 저 정도는 아니지?"라는 어이없는 질문을 쏟아내도,

"적어도 OO님은 감정적으로 일에 지장을 주진 않으시잖아요."

"적어도 OO님은 고충을 들으면 해결하려고 노력하시잖아요."

라는 대답으로 <주문>을 건다.(제발 그래주겠니...??)


그러면 놀랍게도 그분은 "그렇지!"라고 답한다.

하지만 바란다. 믿는다.

사람이라면,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조금은 찔리지 않을까!!








그렇게 그분과는 적당한 거리에서, 나에게 보이는 적당한 태도 안에서

회사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 한정! 장기근속자로서, 그분의 언어를 해석하고 처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에

함께 일하는 동료와 관점을 나누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분으로 인해 혹은 그분의 미니미로 인해 아파서 나가는 직원이 없길,

적어도 사람을 위해 일하는 회사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과연... 가능한 것인지, 자신은 없다.

철저히 지켜낼 에너지가 남아 있지도 않다.


마치, 함께 전쟁터를 걷던 동료들이 다 사라지고

최전방에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


결국 어벤저스는 없었지만,

적어도 동료는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그저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나 지키기', '잘 버티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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