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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여나 Dec 26. 2023

시작은 후련했다

끝은 괴로웠다


글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후련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동료와 함께 다음 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분노조절 장애 상사는 어때? 주제가 넘쳐나는데? 마르지 않는 샘물인데?'라며 호기롭게 얘기하기까지는 참 재밌었다.


세 번째 글을 완성해 갔을 무렵이었나,

첫 번째 글인 '우리 회사에 악마가 살아'가 커뮤니티에 올라 5천 건이 넘는 조회수가 며칠 이어졌고,

갑작스러운 주목에 덜컥 겁도 났다.


특정 대상이 있는 글이었기도 했고 자극적인 주제기도 했기에, 왠지 가벼운 마음으로 개인적인 감정 해소를 위해 글을 쓰는 것 외에

공익적인 목적이 있어야 했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했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타인의 관심으로부터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글을 써가면서...

글의 끝을 향해 갈 때는 참으로 괴로웠다!


생각보다 옛날 기억을 떠올려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 아니었을 때는 더더욱... 어려웠다.


과거의 부정적인 일을 끄집어내어 현실로 가져오는 일이란, 웬만한 멘탈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하.

(내 멘탈이 생각보다 약했지 뭐야?...)


글을 쓰는 것이 스트레스였고, 생각하고 고민하기 싫어졌다.

무엇보다 '현생만으로도 힘든데, 과거일까지 생각하라고?'라는 생각이 컸다.


대제목을 다 결정하고 시작한 글이었음에도,

글을 끝맺기까지 참 오랜 기간이 걸렸다.


오로지, 2023년은 넘기지 말자! 는 목표로 썼다.

더이상, 2024년까지 가져가지 말자! 는 목표로 썼다.






이 회사에서의 일은 2024년에 끝맺으려고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의 시간 끝에 서있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똑같은 현실이지만,

부정적인 기억을 남기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긍정적인 결실을 해석하는데 에너지를 쓰려고 한다.


사람 만나는 일을 하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면서 겪었던 하나의 에피소드가 지나갔다.


그 안에서 배웠기를, 성장했기를,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기를 바라는 마음을 남기며...


(욕심을 더 부려보자면,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누군가는 함께 공감하고, 위안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을 남기며...)


이제 그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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