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팀장의 일
팀장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심지어 잘~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슈퍼비전'이다.
지휘 하에 있는 직원에게 직무에 관한 지도를 행하는 것으로, 맘 같아서는 "날 것" 그대로 상사에게 올려주고 싶지만?!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슈퍼비전을 통한 지도로 조정작업을 거치게 된다. 그 안에서 나의 정신건강을 피폐해져 갈지라도... 하하.
회사의 인재양성계획을 보면 중간관리자 영역 안에 '리더십과 팔로워쉽' , '슈퍼비전' 항목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좋은 선임으로부터 좋은 직원이 성장한다는 말에 일부분 동감한다.
좋은 직원으로부터 좋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말에 일부분 동감한다.
회사 안에서 심심치 않게 팀장 때문에 퇴사한다는 직원이 나오고, 팀장을 대상으로 고충이 접수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된다.
팀원에게 가장 가까이,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 팀장일 테니.
특히 신입직원들의 팀장 의존도는 회사 생활의 존패를 좌우할 테니.
부담이 되지만 좋은 슈퍼비전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다니고 있는 회사는 공식적으로 합의된 개별슈퍼비전 주기가 있다.
연초 개별성장계획을 팀장과 함께 세우고, 매월 한 번씩 개별성장계획 안에 적힌 슈퍼비전 목표를 바탕으로 면담을 한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의 성장? 회사의 발전? 보다는, 나의 성장! 나의 발전! 나의 이익! 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다. 월급을 받고 회사생활을 할지라도 월급 외에 내가 얻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장기근속을 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겠다.
무엇보다! 성과가 급여로 연동되지 않는 직장이라면 더더욱...!! 일을 통한 개인 성장, 자아 실현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의 노력이나 성과가 급여 또는 승진으로 드러날 수 있는 직장이라면 슈퍼바이저의 동기부여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반면, 나의 노력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 어떠한 '가치'라면... 돈이 아닌 그 가치를 인식하고, 간직하고, 지켜가는 일이란 쉽지 않다는 걸 느껴가는 요즘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슈퍼비전,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직원의 성장계획은 맡은 직무로부터 요구되는 역량과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함께 담고 있다. 업무로서의 슈퍼비전과 동시에 인생 선배 혹은 좋은 어른으로서 역할해야 하는 지점이 된다.
물론 일로서 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서, 정제된 언어와 감정으로 개별슈퍼비전 시간을 가진다. 어느 정도 소통의 기술과 경험적 역량으로 슈퍼비전의 역할을 한다. 직원 개개인마다 요구받은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다르고, 듣고 싶은 말이 달라서 눈치껏? 듣고 싶은 말고 해야 하는 말을 적당히 섞어서 하곤 한다.
직원에게 "어떤 슈퍼비전을 받고 싶어요?", "어떤 슈퍼비전이 도움이 돼요?"라고 질문했을 때, 의외로 많은 직원들이 "솔직한 답을 원해요",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주세요."라고 하더라.
두리뭉실하게 좋은 말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으로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했다! 솔직한 슈퍼비전을 한다.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그 말 안에 진정성이 있고, 동료애가 있다.
그 슈퍼비전 시간에 팀장으로서의 평가도 들어보곤 한다. 팀에서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 팀장이 더 살펴봐주길 바라는 일, 팀장에게 하고 싶은 말, 다음 슈퍼비전에 듣고 싶은 주제와 같은 것들. 평소에 업무 하는 도중에 하기 어려운 것들을 함께 나누곤 한다.
'동료슈퍼비전', '동반성장'의 의미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슈퍼비전이 일방적이지 않은 이유, 쌍방으로 일어나 역동을 일으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실 팀원이 정해진 업무를 숙지하는 과정에서의 요구하는 슈퍼비전, 정해진 개별슈퍼비전 시간에 이루어지는 슈퍼비전은 크게 어렵지 않다.
팀장의 일이다, 팀장의 역할이다 생각한다. 좋은 슈퍼바이저가 되라고 알려주는 교육도 넘쳐나고, 도서도 넘쳐나고. 상사로부터 받는 슈퍼비전도 별반 다르지 않고.
하지만, 손 대면 툭! 하고 뱉어내길 바라는 슈퍼비전을 요구받으면서 언제까지고 좋은 언어, 좋은 표정, 좋은 행동으로 대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도 질 높은 슈퍼비전을 할 수 있을까.
바쁜 와중에 들이미는 자료와 슈퍼비전의 요구로... 심약해져 간다. 일인데... 일은 맞는데... 쳇 GPT가 안 알려주니??
인성이 들통날 것 같은 걸...?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