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의 배신
이제 진짜 간다.
언니가 소파에서 일어난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향해 가고 있다.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동생은 고개를 끄덕인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내 마음도 불안하게 흔들린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동생은 마당을 걸어가 언니가 차에 타는 마지막 일 초까지 달라붙어 있다. 마침내 자기 몸에서 떨어진 언니가 차에 탔을 때의 애절한 눈빛은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어린아이의 그것이다. 그래, 그것, 처음 유아원에 간 날 작은딸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때 선생님에게 손이 잡힌 작은딸은 펑펑 울면서 몸으로 말했지.
가지 마, 나만 두고 가지 마.
그러나 지금 그 말을 딸이 딸에게 하고 있다. 눈물만 흘리지 않았을 뿐 간절하고 애절하게. 그 순간 동생에게 엄마는 언니다. 엄마는 엄마가 아니다.
또 올게.
언니가 밝은 얼굴로 말하자 그때서야 잡은 손을 놓고 고개만 끄덕이는 동생. 시동이 걸리고 차가 움직일 때에야 뒤로 물러나는 동생, 헤드라이트 불빛이 좁은 농노를 따라 움직이는 걸 눈으로 따라가는 동생.
그걸 바라보는 나.
차가운 바람이 코 점막에 달라붙어 코끝이 찡해진다.
옷깃으로 코를 훔치고 작은딸의 손을 잡는다.
나를 봐, 내가 여기 있잖아. 엄마가 여기 있잖아.
이미 엄마가 아니지만 여전히 엄마인 내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작은딸은 내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낯선 곳에 버려진 슬픔과 두려움으로 울다 지친 어린아이 손처럼 다만 잡혀 있을 뿐이다.
큰딸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내 손을 놓고 뒤돌아선다.
한 발 앞서 걷고 있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 나는 다시 잡아주지 못한다.
딸깍, 문 닫히는 소리에
출렁, 가슴속에서 물웅덩이가 물결친다.
몇 시간 후면 해가 뜨고 아침이 올 것이다.
나는 내일이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