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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의 멋'-최민석-

몸에 새기는 글

by 라엘북스

'꽈배기의 맛'이 너무 유쾌하고 재밌어서, '꽈배기의 멋'도 구매를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단지 모음 'ㅏ'에서 'ㅓ'로 바뀐 책 제목을 보며, '길게 쓴 에세이를 반으로 쪼개어 쓰는거 아닌가?' 라는 '단순'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폄과 동시에(사실 이북으로 읽었으므로, 책을 클릭했다는 것이 맞습니다.) 저자는 지금 자신이 정확히 끼워 맞춰 한 편 더 쓰는 것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었다.

저자의 이런 솔직함이 좋았다. 왜냐하면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솔직하게 '나'를 말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모양으로 겹겹이 싸서 말하는 내가 진짜 '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솔직함을 만나야만 온갖 것으로 내 자신을 치장했던 알을 깨고 솔직하게 웃을 수 있었다. 여하튼 이것이 내가 꽈배기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래서 꽈배기 시리즈를 읽고, 글을 쓸 때, 작가님의 문체를 따라해보고 있다.(괄호 안에 글을 넣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덧붙여 이상하게 따라하고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멋진 미사여구를 사용하거나 철저하게 논리적인 글을 쓰려고 할 때 보다 문장이 술술 써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작가님이 아무나(특히 나 깉은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셨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생각의 흐름이 꽈배기의 흐름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꽈배기의 멋'의 또 한 가지 매력은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노래 제목을 검색해서 들어보는 일이다. 저자는 '안전지대'의 '아나타니'라는 노래를 '그저 정말 좋다라는 말로 밖에 표현 못하겠다.' 라고 썼는데, 검색해서 들어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던 음악이었다. 이상해서 내 핸드폰의 재생 목록을 올려보니 떡하니 내 재생 목록에 들어있는 노래가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저의 특징 중 하나는 노래의 가수와 제목을 모르고 그냥 무작정 듣는 겁니다. 하하하.

저자가 노래를 들었을 그 때의 환경을 상상해보며 노래를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다. 아는 노래가 다르게 들리고, 처음 듣는 어떠한 노래는 내 마음에 맞아서 재생 목록에 더해지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경기가 없는 '캄프 누' 경기장에 방문하여 쓴 글은 나를 흥분케했다. 나도 바르셀로나의 팬이기 때문이다. '내 언젠가 기필코 캄프 누를 가보리라'고 늘 다짐하곤 했었다. 푸른 풀 밭에서 축구의 신 메시가 드리블을 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본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축구의 신을 호날두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수많은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그냥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저도 얼굴은 호날두를 닮고 싶습니다. 호날두의 치골근은 남자가 봐도 경외감이 드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늘 궁금했던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넘치는 최민석 작가님의 유쾌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라는 생각이었다. 날 때 부터 몸에 장착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 덧붙여, 몸의 퇴고를 시행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안 써먹을지도 모르는 취재를 왜 꼬박꼬박 하느냐하면, 그 취재의 과정을 통해서 소설이 완성되는 것과는 별개로 소설가로 완성되기 때문이다.(중략) 말하자면 몸속에 소설의 공간과 공기를 새겨 넣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몸으로 쓰는 소설 역시 퇴고의 기간이 있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몸과 정신이 자연스레 잊게 된다. 나는 이것을 몸의 퇴고라 한다."(p.70)


단순히 소설을 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몸의 퇴고가 쌓여 인생이라는 전지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그 힌트는 책의 말미에 나온다.


"나는 잘돼봐야 고작 평범하게 지낼 수 있는 '작가의 길'을 택했다. 현실의 높은 장벽은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얻기 위해 쉼표를 없애고, 조사를 바꾸고, 단어를 고르는 일 자체에 몰두했다. 그것은 내게 고통이자 기쁨이었는데, 나는 이 고통 섞인 기쁨에 젖어 7년 전의 그 겨울부터 이 책을 쓴 날까지 즐겁게 지냈다. 부디 여러분에게도 내가 느낀 기쁨이 전해졌길."(p.313)


그럼 그렇지. 즐겁게 사시니 글도 유쾌할 수 밖에. 설교자로써도 올바로 살아야겠지만, 글은 삶의 모습을 담아내니, 그렇게 살아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늘었다. 작가님이 느낀 기쁨, 왕창 전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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