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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Sep 11. 2019

이제 놀아보겠습니다-90년대생들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과연 89년생은 90년대생으로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80년대생으로 여겨야 할까?'였다. 내 자신이 89년생이기 때문에 혼란이 왔다. 앞자리가 엄연히 8이므로 80년대가 맞기는 하지만, 가깝기로는 뒷자리에 9라는 숫자를 가지고 있기에 80년대 초반보다는 90년생과 더 가까운 듯하니, 내 자신이 해당하는 세대로써 책을 읽어야 하는게 맞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썼던,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화법을 빌려, '90년대생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져본다(사람이 대상이기에 무엇이라는 말의 표현이 걸린다면, 누구인가로 바꾸어도 괜찮겠다). 김영민 교수는 칼럼에서 '자신의 존재 규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정체성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90년대생을 사회 집단 안으로 맞아들이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이 자신들의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돌아볼 것이다. '내가 나이 든 건가?' '내가 꼰대가 된 걸까?'라는 질문과 함께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런 의미에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야말로, 자신의 세대를 알고 싶은 90년대생과 90년대생을 사회 안으로 받아들이는 자들, 양쪽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생의 특징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한다.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이 세 가지 특징 모두가 90년대생에 해당하지만, 이곳에서는 '재미'에 집중해보자. 이를 통해 재미의 본질을 자신의 세대 규정으로 가져간 90년대생의 본질을 함께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80년대생 이전의 세대들이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들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재미'란 무엇일까? '제시 셸'은 'The Art of Game Design'에서 재미란 '놀라움'이 있는 '즐거움'이라고 정의한다. 놀라움이란, 무엇인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90년대생들이 내용 여하를 막론하고 질서라는 것을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놀라움'이 있는 '즐거움(재미)'이란 아예 없었던 것이 새로이 등장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기존 질서에서 묻혀있던 것이 나타났을 때이다. 그리고 이것이 곧 하나의 놀이가 되고, 주류가 된다. 이렇듯 90년대생에게 재미는 곧 삶이요 삶이 곧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학자 요한 하위징아의 말을 빌리면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가장 기본적 욕구, '재미'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4단계는 자기 존중의 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매슬로가 말년에 자신의 주장을 바꾸었음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슬로는 말년에 자신이 최고 수준의 욕구라고 하였던 자아실현의 욕구가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이야기하였다(p.269). 


이제 90년대생들에겐 생존과 안전의 욕구는 이미 인식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것이 되었고,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이 가장 기본적 욕구가 되었다(p.270). 그렇다면 '재미'를 방해하는 것은 곧 90년대생의 기본적 자아실현 욕구를 방해하는 것이다. 


분명히 시간이 흐르면 90년대생은 지나가고, 다음 세대가 등장한다. 이에 따라 '어차피 지나갈 한 세대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90년대생 이후에 오는 다음 세대는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알수는 없어도, 다가오는 세대를 이해하려는 몸부림은 결코 한 세대에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모습이 있을 때에야 사회 속에 세대 간의 격차를 건너 뛴 공감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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