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브로드컬리 편집부-
내가 좋아하고, 가고싶어 하는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말 그대로 설렌다. 그 만남이 책을 통해 이루어질 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 이상의 기쁨을 얻는다. 궁금한 사람을 만나는 반가움과 새로운 책을 펼치는 즐거움이 동시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직설적인 제목이 묘하게 머릿 속에 깊이 박혔다. 인터뷰 형식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저 서점 운영에 관한 정보만을 얻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두 권 안에 열세 명의 서점 대표들이 등장하여 자신만의 확고한 운영방식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 중에 진짜 수확은 서점 대표 각자의 인생철학이 함께 녹아 있다는 것이었다. 서점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왜 서점인지, 서점의 존재 목적과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어느 한 존재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인터뷰 내내 흘러나왔다. 인터뷰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인터뷰 질문 자체도 직설적이고, 동시에 진지했다.
대부분의 서점 대표들이 언급하는 점은 대한민국 출판계의 공급률 문제이다. 대형 출판사들이 작은 서점에 책을 공급할 때, 거의 75%의 공급률을 가지고 있고, 심하면 85~90%까지도 올라가는 공급률을 맞이하며 동네 서점은 살아남아야 했다(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은 60% 정도의 공급률을 가진다). 버틴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현재 서점 상황의 어려운 점을 시원하게 밝혀주는 점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이것이야말로 서점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줄 것이고, 출판 구조의 문제를 세상에 한번 더 새길 수 있도록 해준다.
어려운 출판 구조 속에서 많은 서점들이 경제적 부담과 줄다리기를 한다. 이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때 느끼는 바는 전혀 다른데, 서점 '퇴근길 책 한 잔'의 김종현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나 또한 불안한 존재다. 다만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안을 감싸안을 방안이 있는 셈이다. 김종현 대표는 불안함의 종류만 다를 뿐 누구나 불안을 가지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불안을 가장 불쌍하게 쳐다보기는 하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인간 존재 자체가 불안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본인의 서점이 사업적 시도인지, 자아실현의 수단인지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자아실현은 거창하고, 개인적인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길 강요하는 사회에서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
자발적인 거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이다.
자아실현의 수단이 답변이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가 생각지 못한 거대한 무게를 얻었다. 하필 자발적인 거지라니. 흐름에 역행하는 그 자세가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커다란 구조에 맞서는 개별자의 모습을 뒤따르고 싶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단면이 서점에 고스란히 녹아있는지 모르겠다. 자유한 실험이 책 위에 서서 내 몸을 맡겨보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