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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Mar 14. 2018

쉼표 좀 찍을께요!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송은정-

밤 12시, 진작에 잠들어어야 했지만 한 권의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제목도 신선했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죽음을 만난 것 처럼 느껴졌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방을 닫았다는 것은 들어오는 돈의 흐름이 막혔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책방의 주인은 죽음 앞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쉽지 않은 사회를 살아가는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최소한 성공한 사람 만큼이나 실패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제목의 책이라('실패한 것 처럼'이라고 표현한 것은 책방을 닫았어도 결코 실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웠다. 책 표지 한켠에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라는 문구가 괜한 것이 아닌듯 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사진 한 장이, 글 한 문장이 그 사람의 무게를 온전히 드러내었다. 그가 경험한 삶의 무게가 꾹꾹 눌러담겨 내 마음에 겹겹이 쌓여갔다.


무엇보다 직장을 그만두는 대한민국 청년의 마음,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 안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외로움과 고독. 이것이 생생하여 내가 책방의 주인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불안한 즐거움을 탐닉하였다.

더 빠른 것을 원하는 세상에서 일부러 한 템포 느리게 가는 걸음. 버스 도착 시간을 알아 보지 않고 정류장에 나가 버스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한 없이 기다리는 아날로그 감성처럼, 목적지에 갈 수 있는 빠른 길이 아니라 자신의 흥미를 끄는 길을 선택하는 아이처럼. 비록 저자는 그 안에서 삶의 경계선을 드나들었지만 독자에게 느긋함이 전달되었다면 바삐 달려가던 우리네들이 일단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일단멈춤', 책방의 이름이 작가 뿐 아니라 '존재의 모습'과도 닮았다. '일단멈춤'이 누구에게나 마침표가 아니라 걸어가기 위한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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