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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Mar 06. 2018

아이를 '존경'하라구요?

"미움받을 용기2"-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를 처음 실물로 접하게 된 것은 약속 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 대형 서점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던 때였습니다. 전부터 제목을 들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손이 닿았고, 읽어보고 싶어 구매를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약속시간이 다 되어 나중에 조금 더 살펴보고 구매하자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습니다. 교회 친구들과 북촌 나들이를 하던 중에 한옥을 개조하여 운영하고 있는 책방을 만났습니다. 평소 한옥 자체를 좋아하던 터라 자연히 안을 기웃거렸고, 책이 진열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주저함 없이 들어갔습니다. 따뜻한 온돌 방 안에 중고 서적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어서 아예 바닥에 앉아 엉덩이로 훑으며 책들을 살펴나갔습니다.


시선이 책장 중간쯤 지나가려 할 때에 '미움받을 용기2'가 보였습니다. 구매를 망설였던 지난 번 기억이 떠올라 괜히 반가웠습니다. 마치 대화를 마치지 못한 채 헤어졌던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빠르게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이렇게 책을 만난 과정부터 소개하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저에게 큰 가르침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미움받을 용기' 첫 번째 책을 읽지 못하였기 때문에 2권을 바로 읽어도 되는지 궁금증을 가진 채 책을 폈는데, 읽는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책의 과정은 처음부터 철학자와 한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을 가지고 서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첫 번째 책에서 아들러의 사상에 감동을 받고 실천하려했던 청년이 다시 철학자를 찾아옵니다. '미움받을 용기2"의 출발점은 아들러의 사상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책의 중반까지는 교육자의 자세에 대한 교육학적 내용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중간을 넘어서자 아들러 사상의 핵심이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속에 녹아져 나옵니다. 물론 교육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왜 이러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아들러의 핵심 사상을 근거로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회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무엇인가 가르쳐야 하는 강박이 제 안에 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잘 가르쳐야하는 마음과 함께 아이들이 가르치는 방향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면 언제나 좌절이 찾아왔습니다. 

책에서 철학자는 말썽꾸러기처럼 보이는 이 아이들을 먼저 존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청년은 말도 안된다며, 존경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닮고 싶은 동경심이 아니냐고 질문하는데, 저 역시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철학자는 에리히 프롬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존경이란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이란 그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p.50) - 에리히 프롬


"존경(respect)의 어원인 라틴어 '레스피치오(respicio)'에는 '본다'라는 의미가 있네. 먼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보는 걸세. 자신의 가치관을 밀어붙이지 않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네"(p.51)


존경은 아이들을 미성숙하고 내가 무엇인가 알려주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또 한 명의 주체로써, 사람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이러한 의미에서 존경을 아이들에게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한 존경을 기초로하여 다음 단계인 자립으로 나아갑니다.


"교육하는 입장에 놓여있는 사람, 그리고 조직의 운영을 맡고 있는 리더는 늘 '자립'을 목표로 내세워야 하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이라는 큰 목표에 공헌했다는 공헌감을 갖고, 그 공헌감에서 행복을 찾는 것일세."(p.136-137)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다면 그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잠깐의 기쁨임을 알아야합니다. 그것은 곧 아침 안개와 같이 금방 사라져버립니다. 이 목표는 5월부터 시작될 육아의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부모의 자녀이지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립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가 되도록.


그리고 완전한 자립으로 가기 위해선 사랑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아들러가 말하는 사랑은 상대가 이쪽을 어떻게 생각하든 관계없이, 그냥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제를 분리하여서 사랑한다는 것은 내 과제이고, 이 사랑에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타인의 과제임을 알아야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과제는 상대에게 두고, 나는 나의 과제인 먼저 사랑하는 것을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고 결단이며 약속이다"라고 말합니다.(p.289)  결국 사랑을 통하여서 자립과 존경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할 때만 자기중심성에서 해방될 수 있지. 오직 타인을 사랑할 때만 자립할 수 있다네. 그리고 타인을 사랑할 때만 공동체 감각에 도달하네."(p. 296)


책에 등장하는 청년이 교사이기에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인간이라는 기저에 놓여있는 삶의 양식, 생각, 행동에 관한 고찰이자 실천입니다. 마지막으로 철학자가 청년에게 말합니다. 


"사랑하고 자립하고 인생을 선택하라"(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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