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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Oct 01. 2019

다름과 틀림사이에서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위근우-

굉장히 강력하고 단정짓는 문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그 이유에 대해 "옳고 그름을 합의할 최소한의 근거를 갖추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옳음'의 근거를 확보하고, '틀림'을 논박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서둘러 절충안을 찾는 것은 매우 높은 확률로 사회적 통념의 편에 서기 때문이다.

자신을 '프로불편러'라고 규정하는 저자는 "대중문화 텍스트나 현상에 스민 불의를 최대한 민감하게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책을 썼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독선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야기를 왜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을까? 이는 저자가 글쓰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모르겠다. 좋은 글을 써보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하나의 믿음이 있다면, 글쓰기의 실천적 힘은 독립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논의의 맥락 위에서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의가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치열해질수록, 세계에 대한 유의미한 쟁점들이 가시화되며 합의를 위한 공통의 토대가 조금씩 만들어진다...(중략) 그 배경에는 천재적이진 않지만 성실한 글쓰기와 논의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곳의 일원이고 싶다(p.9).



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원론적으로 옳은 이야기가 어떤 맥락 위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예시, 과도한 칼로리 섭취는 위험하다를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경우, p.288).

그러기에 글쓰기의 힘은 독립적이지 않고 공적 논의 위에서만 나타나는데, 공적 논의 위에 올라선 글쓰기는 '의미론'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서 '화용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중점을 둔다. 

*의미론: 주로 문장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연구. 

*화용론: 언어 사용자가 실제 대화에서 사용하는 발화와 발화문의 해석에 관여한는 다양한 맥락요소들에 대해 연구.


화용론적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는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중문화라는 것 자체가 워낙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이를 하나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고 문화현상을 읽어내는 저자의 안목이 놀랍다. 셀럽의 개인 sns글에서(물론 이것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TV프로그램 가운데서, 웹툰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네 삶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누군가에 의해 해석된 삶의 이야기가 일상에서 우리의 세계관을 만들어간다. 저자는 순환되는 일상 안에서 그냥 흘러갈 수 있는 불의를 공적논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광장 위에다 올린다. 

약자 편에서는 불의를 광장 위로 올리는 것 자체만으로 커다란 힘이 든다. "누군가 더 많은 용기를 내야 하는 것 자체가 불평등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용기에 대한 감탄은 또 다른 기만일 뿐이기에(p.72)" 우리는 그것을 함께 들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감탄이 아니라 그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다. 


저자가 어떻게 목소리를 함께 내는지, 어떻게 조목조목 상대의 주장에 논박을 하며 나아가는 지 살펴보고, 뷸의에 대한 나의 민감성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 책을 통해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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