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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Oct 15. 2019

욕망을 모방하다

"십자가의 인류학"-정일권-


이 책은 르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프롤로그에서 밝히기를 특히 기독교 신학과의 대화와 소통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말한다.


르네 지라르는 어떤 인물인가?


르네 지라르는 프랑스 태생의 문학평론가이며 사회 인류학자이다. 그는 인간과학의 다윈, 기독교계의 헤겔, 인문학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릴 정도로 그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2005년, '불명의 40인'으로 불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종신회원에 만장일치로 선임되었다.


지라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지라르는 인류문명의 폭력적이고 희생제의적 기원에 대해서 말한다. 지라르는 인류문화의 기원을 야심차게 설명하고자 하는 대담한 가설로서의 미메시스 이론을 통해서  문학과 심리학, 신화학, 종교학, 인류학을 모두 융합하면서, 인류문화의 기원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기나긴 논증'을 펼쳤다.


그러한 가운데서 니체와 하이데거 이후 포스트모던적 철학과 시대정신에서는 유대-기독교적 텍스트가 추방되고 배제되고 그리스 비극과 문화가 과도하게 낭만화되고 미학화되었었는데, 지라르는 이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유대-기독교적 전통을 인문학적 지평에서 복권하고자 한다(p.31~32).


미메시스란 무엇인가?


미메시스는 모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미메시스적이고, 부정적 모방으로써 욕망을 모방한다.


왜 갈등은 끊임없이 발생하는가? 모방적 욕망의 갈등 때문이다. 지라르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희생양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강한 경향성을 지적한다. 인간은 미메시스적인 피조물이다.


모방에는 긍정적인 차원도 있지만, 부정적 모방의 형태도 강하다. 타자의 것을 모방해서 욕망하고자 하는 강한 경향성도 분석한다. 인간은 본래 무엇을 욕망할지 모른다. 단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해서 욕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메시스적 메커니즘은 결국 갈등의 메커니즘이다.(p.36)


그러면서 지라르는 기독교 전통과 세계 신화를 비교 분석하여 기독교 전통이 기존 신화의 메커니즘과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 한다.


유대-기독교적 전통과 신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지라르에 의하면, 바로 이 차이를 바로 이해한 학자는 니체다. 유대-기독교적 전통에서 희생양은 죄가 없고, 집단적 폭력이 유죄로 선고된다. 신화에서는 희생제사를 집행하는 공동체와 집단은 항상 죄가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지라르에 의하면 니체는 신화와 유대-기독교적 전통의 차이를 바로 파악했지만, 그것을 도덕의 문제로만 파악횄다. 즉 유대-기독교적 전통은 노예도덕이다.


하지만, 지라르는 이는 단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진리의 문제라고 말한다. 지라르에 의하면 유대-기독교적 유산에는 도덕과 진리의 일치가 존재하지만, 니체와 많은 현대사상가들에게는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라르는 말한다.


지라르에 의하면, 신화의 기원은 군중현상에서 볼 수 있다. 군중현상의 기만적 허상이 신화다. 신화가 희생양과 공동체 사이의 실제 관계를 왜곡함으로써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대-기독교적 텍스트는 이 왜곡된 관계를 바로 교정함으로 진리를 말한다. 유대-기독교적 텍스트들은 신화들이 은폐하는 진리를 폭로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희생자에 대한 변호는 단지 불명확한 도덕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의 진리"를 폭로하는 것이다. 유대-기독교적 전통은 신화적 체계 전체를 흔든다. 희생양의 죄를 최소화하는 신화도 부분적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희생양을 살해하는 집단과 공동체를 비난하는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라르는 말한다.(p.95)


예수가 십자가에서 받은 폭력은 역설적으로 창세 이후로 감춰져온 문명의 폭력, 희생양을 만드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십자가 사건은 인류의 카타르시스적인 것의 은페된 진실에 큰 깨달음을 주는 사건인 것이다"(p.79).


기독교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자가 받은 폭력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어떤 종교보다도 기독교는 폭력에 대해 섬세한 공감을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복음서는 폭력을 '주제화'하는데, 폭력이 주제화될 때 그 폭력이 지닌 야만성은 점차 그 힘을 상실하게 된다. 마치 애도 자체가 권력을 가시화 하여 권력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권력이 항상 애도 자체를 없애고자 하는 것과 같다.


특히 미메시스 이론은 지엽적이지 않고 인문과학 안에서 거대 담론을 제시해주는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미메시스는 상품화 된 모양으로 우리에게 주입되어지고, 우리는 비판의 여지 없이 우상화된 이미지를 따라간다. 사람들은 이것에 자신 동화시키며 모방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자본주의가 물질적지 않고 아주 정신적이라고 말한 뒤피의 의견을 내용 중에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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