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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Mar 25. 2020

"나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브로드컬리 편집부-

사회학자 데이비드 프레인이 쓴 '일하지 않을 권리'를 보면, 사람이 삶을 전환하기 위해 겪는 방황기를 '단절점'이라고 말합니다."단절점은 몸에 밴 습관과 신념이 의문 속으로 던져지는 일종의 개인적 위기"인데,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찾아옵니다.


1. 일상을 피폐하게 만드는 형편없는 일자리를 경험할 때

2. 좋은 삶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작은 이상향을 발견했을 때

3. 사회가 요구하는 직업인의 자세를 취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을 때


놀랍게도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안에 등장하는 인터뷰 내용이 이러한 단절점을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뭐가 어떻게 다른가?

"회사에서 해야만 했던 일 중엔 개인의 가치관과 부딪히는 종류의 것들이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수강생이 특정 강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는데, 심지어 나도 공감이 되는데, 회사의 결재를 거치다 보면 지적을 곧이 곧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가치관에 반하는 일을 해야만 할 때, 자존심이 상했던 거 같다. 그에 반해 서점에서 해야만 하는 일은 기껏해야 청소 정도다."(p.116)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데 불안한가?

"인사나 업무가 좌우되는 거도 늘 불안했다. 어느 날 새로운 임원이 들어와서 이거저거 마음에 안 든다고 해버리면 쌓아 둔 게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전문성보다 상사한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면, 경력이고 커리어고 무슨 소용이겠나"(p.191)


"근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돈보다는 용기의 문제가 되더라.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들고, 뭘 목표해는지조차 희미해지고."(p.196)


회사 생활과 비교해 현재 삶의 방식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을 꼽아본다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도 좋다. 회사에선 맡은 일 열심히 하는데도, 갑자기 구조조정이니 부도이니 밖으로 휘둘리게 되는 상황들이 정말 괴로웠다. 효율보다 윗사람 입맛에 따라가는 업무 분위기도 그랬고. 그에 비해 지금은 무슨 문제이든 결국 내가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이라, 힘든 일이 생겨도 최소한 억울하진 않아서 좋다."(p.232)


그래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행복하다. 집에서도, 식당에서도 그렇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정직하게 노력하며 살 수 있게 돼서 좋다."(p.234)



이 책을 보면 많은 이들이 단순히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비드 프레인이 말하는 단절점을 만나 고민하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또 퇴사에 대한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퇴사하면 너 어쩌려고 그래? 그냥 참고 다녀 "라고 하는 위로의 말도

도움이 안된다는 허튼소리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라고 하면서도 자신만의 이상향을 향한 고민이 책 속에 들어있습니다.

퇴사에 대하여 굉장히 균형잡힌 시각으로 퇴사자들이 직접 다룹니다.


혹시 여러분도 인생에서 '단절점'을 만나셨나요?

그럼 이 책을 권합니다.

퇴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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