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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Mar 26. 2020

"함께 기억하는 시간이길"

<태고의 시간들>-올가 토카르추크-

태어나고,

살아가고,

늙어가고,

죽어가고.


삶의 네 가지 단편이다.

저자는 이러한 삶의 모습을 특히 여성의 관점에서 가까이 그려간다.

아주 담담한 어조로.


"집에 손님을 받으면서 저도 비로소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미시아,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여자들이 집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이를 낳고, 가사를 돌보고, 무슨 말인지 아시잖아요......"


"하지만 돈을 벌거나, 집에 돈을 가져오진 못하죠."(p.576)


이 책은 일반적인 시간 순서로 흘러가지 않고,

"사람이나 사물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나선형으로 스토리를 진행한다.


배경은 폴란드의 1910~1990년까지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 역사적 배경과 작가의 신화적 요소가 혼재해 있다.


3대에 걸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약자로서의 여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휴가 기간에 자신의 집을 다른 이들의 휴가지로 받아들이면서

돈을 벌게 되자 드디어 자신이 쓸모 있고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 미시아.


수없이 이루어지는 가사 일들이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얼마나 경원시되던가.


하루 8시간 일하는 제도 자체가

누군가가 집안 노동의 주된 책임자가 된다는 것을 가정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부끄럽지만

결혼을 한 나도

무의식적으로도

아내를 향해

그렇게 대한 적이 있다.

마치 그녀가 가치 없는 일을 하는 것처럼.


그저 삶에서 죽음까지 더불어 함께

손잡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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