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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북스 Nov 11. 2021

"추억과 기억과 공감"

<아무튼, 망원동>-김민섭-



오랜만에 김민섭 작가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출간 된지는 조금 된 책입니다. 

아마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무튼"시리즈의 초반에 자리잡고 있는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망원동이라는 서울의 지명.

망원동 자체를 대체로 가본 적이 없기에 내용에 대해 공감이나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만 올려놓았다가 

리스트에 올려놓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2017, 2018년즈음 한동안 김민섭 작가의 책을 읽을 때가 많았었고요. 


오랜만에 읽었어도 그가 지닌 사회에 대한 예리한 지적은 여전히 저의 태도와 삶을 곱씹어보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은 멈추지도 기다려주지도 않고, 내가 넘어져 있을 때도 쉼없이 흘렀다.(p.34)



저보단 김민섭 작가님이 나이가 조금 더 많으신 것 같지만 그래도 비슷한 연령대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느꼈을 감정들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잘 이입 되었습니다. 


자신이 살던 옛 동네의 모습이 변했을 때 느꼈을 감정들.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무엇을 했는지 문득 솟아오르는 기억의 파편.


망원동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저의 기억 속에 있는 별내라는 단어로 바꾸어보았습니다. 

이미 옛 모습은 알아볼 수 없도록 새롭게 단장한 도시는 낯설면서도 정겹고, 오히려 제가 외지인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졸업한 화접초등학교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참 반가웠습니다.


책의 말미에서는 작가의 다른 책 '훈의 시대'에서 나온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실려있습니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는 무렵에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들.

단체의 힘으로 개인을 누르고 그것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절. 


되돌아보면 정확히 작가님과 똑같은 말을 듣고 똑같은 것들을 하며 자랐었습니다. 



나는 학교에서 '끊임없이 개인을 지우고 단체에 종속되는 것'을 하나의 '훈'으로서 강요받았다. 대학, 군대, 그리고 직장(나의 경우는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그 훈은 다양한 형태로 다시 나타났다.(p.159)


다만 그것을 '검정 고무신'처럼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이든 추억하면 미화하게 된다. 내가 외면한 괴물들은 내 다음 세대의 가슴 속에서 다시 자라날 것이다.(p.165)



작가님은 그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추억하면 미화하게 되기 때문에요. 

"그때 그 시절 그런 일들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게 되면 올바르지 못했던 일들도 "다 그렇게 자랐어, 다 그런거야" 하는 마음과 함께 눈물 짓게 하는 이야기로 포장됩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외면했던 괴물들은 없었는지 또 외면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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