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서울"은 갤러리, 카페, 서점이 함께 있는 문화 복합 건물이거든요. 오랜만에 책 냄새가 물씬 나는 서점을 둘러보다가 "거리의 언어학"을 발견했습니다.
언어는 그냥 허공에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당시 사회의 모습이 한 단어 안에 반영되어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거리에 모여 있는 언어는 사회의 단면을 비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도 여러 기능이 있지만 큰 의미없이잡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잡담이라고 하는데요, 저자는 잡담이 결코 잡스럽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한 집단을 통제하고 인솔할 때 구성원들이 웅성거리면 통솔이 무척 힘들다. 그래서 통솔자들은 대개 조용히 하라고 지시하거나 권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불평과 저항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이제 다시 보니 잡담은 명령과 지시에 대한 '이의 제기' 기능도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잡담은 결코 잡스럽지 않다. 권력과 영향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이기도 하다.(p.68)
잡담이 모여서 권력과 영향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속했던 집단을 기억해보아도 언제나 잡담을 통해서 불평을 이야기하고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 라는 새로운 방향 설정이 나탔났었기 때문입니다.권력을 놓기 싫어하는 윗 사람은 언제나 불필요한 말이 나오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고요.
하지만 이런 불평이 있어야만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침묵은 또 다른 권력을 양산해냅니다. 침묵 사이 사이에 스며들어 권위주의를 낳기 때문입니다.
윤리와 도덕은 얌전하게 앉아 있으면서 성취하는 게 아니다. 화도 내야 하고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 한데 뭉쳐서 구호를 외치기도 해야 한다. 우리가 조용히, 얌전히 있으면 불의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스멀스멀 언어적 도발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p.271)
의미를 실어나르는 언어를 일상에서 수 없이 만나는 동안 개인과 사회의 작은 변화가 이를 통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