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자체정비 캠핑카는 여전히 불안했다.
아빠의 캠핑카 셀프 정비 마지막 작업으로 차량 지붕 위에 태양열 충전 설치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어요.
아빠는 나 대단하지 않아?라고 자뻑을 하셨어요~^^
드디어 한 달 만에 저희는 소거티스를 벗어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뉴욕 쇼댁 아일랜드 주립공원 내 캠핑장을 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요. 차량 캠퍼 안에 실린, 사실 발 디딜곳이 없을 정도로 물품으로 꽉 차 있었거든요. 불안 불안하게 하는 캠핑카를 운행해 저희는 뉴욕 쇼댁 아일랜드 주립공원에 도착했고 공원 내에 있는 캠핑장 한 곳을 지정받아 들어갔어요.
도착해서 짐을 내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진짜 난민의 살림이었어요. 캠퍼 안에 냉장고문을 열기 위해서는 그 앞에 쌓인 다른 물품을 많이 내려놓아야 했거든요. 조용히 내쉬는 엄마의 긴 한숨소리와 환장 여행일세~라는 말이 제 귀에 들렸어요. 그리고는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캠핑장 안을 한 바퀴 돌아보셨어요. 캠핑장은 쾌적했고 간격이 넓었고 개인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수 있는 동선이었어요.
암튼, 이렇게 저렇게 아빠의 차량과 관련된 많은 장비들과 짐들을 내려놓고 다시 올려놓기를 몇 번 반복한 후에 아빠의 뭐좀먹자는 소리와 함께 장작불을 피우고 정신없는 상차림과 함께 언제나 고기는 옳지~라며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 맥주를 곁들인 맛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저도 수고했다며 구운 소고기를 사료와 함께 섞어주셔서 냠냠했어요~^^
첫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엄마는 아빠와 앞으로의 캠핑여행 방향을 얘기하면서 뉴욕까지 와서도 아빠와의 대화는 역시나 무기력만 유발한다면서도 꿋꿋하게 계속 말을 하시면서 캔맥주를 계속계속 마셨어요. 아빠가 만류하자 그럼 소주 팩 꺼내서 마신다~고 하니 아빠가 그건 안된다고 하셨어요. 엄마랑 아빠 대화는 진짜 웃겨요.
그 결과로 엄마는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시다 멋진 광경을 보시게 되셨어요. 반딧불이 떼들이 몰려다니는 도깨비불을 보신 거예요~ 엄마는 처음에 너무 놀라서 주저앉으실뻔하셨데요.
쇼댁 아일랜드 캠핑장은 밤에는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는 곳만 가로등이 켜져 있었기에 어두웠고 엄마는 밤하늘 별을 보신다고 랜턴도 켜지 않으시고 밤하늘을 보시면서 걸으셨다고 하셨어요.
그런 상태에서 반딧불이들이 갑자기 불이 켜진 듯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반짝반짝 풀들 사이를 날아다녔고 떼로 뭉쳐 엄마 가까이 다가와서 도는 녀석들을 보면서 어려서 말로만 듵으셨다던 도깨비불의 실체를 보시게 된 거죠.
캠핑카로 와서 아빠 보고도 보라며 깨우셨어요. 아빠가 차량 시동을 켜면서 차량 등이 켜지자 반딧불이들이 차량 등 쪽으로 몰려와 백미러를 감싸며 돌 때 숫자는 점점 많아졌어요.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신기했어요. 빤짝빤짝 차량 불과 함께 자연이 주는 선물을 보았어요. 지금도 두 분은 6월 말의 계절이 되면 시점도 딱 맞아떨어졌던, 생각지 않은 선물이었다며 반딧불이 녀석들 지금도 잘 있으려나? 그 추억을 말씀하시며 순전히 반딧불이 보러 다시 가보고 싶으신 여행지중 한곳라고 하셔요.
엄마와 아빠는 폰 카메라에 그 모습들을 담을 수 없어 몹시도 아쉬워하셨고, 그러니 더 많이 눈에 담아 가야 한다고 엄마는 말하셨지요.
저는 다음날 저녁부터 반딧불이들과 친구 하고 싶어 이틀 동안 열심히 꽁지 불빛 따라 쫓아다녔는데 한 녀석도 안 잡혔어요. 기운만 빠지고 약이 올라서 멍멍 짖었어요. 개 힘들게 쫓아다니는 저를 엄마와 아빠는 도와주지도 않고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저를 보며 계속 웃으셨고 때때로 아빠는 힘들어하는 저에게 강지야 저기 저기, 요기 요기 반딧불이 쪽으로 유도해 쫓아다니게 하시면서 엄마랑 뭐가 웃기다는 건지 깔깔거리며 웃으셨어요.
삼일을 머무른 후 떠나는 날 엄마의 성토 때문이신지 반성을 하셨는지 아니면 다시 캠퍼 안에 물건을 넣으시다 안되시겠는지 몇몇 물품들을 버리신다고 빼시더니 펼쳐놓기 시작하셨어요.
그중에 엄마가 가장 기막혀하셨던 건 계속해서 나오는 무엇에 쓸 물건인고? 싶은 무더기 끈들과 아빠가 버리기 아까워하셨지만 아마존에서 구입한 압력밥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허접한 물건을 돈 주고 샀다며 엄마가 장난기가 발동해 아빠의 어이없는 행태들을 나중에 딴소리 못하게 협박용 증거를 남기신다며 사진을 찍으셨어요.
이걸 시작으로 아빠는 저희가 머무는 캠핑장마다 많은 물품을 버리시기 시작하셨어요. 어느 날 엄마는 아빠한테 "당신이 강지야? 영역 표시처럼 왜 미국과 캐나다에 와서 물건을 버리냐고? 뭐 나 다녀 갔시유?~입니까?"ㅋㅋ "아 참 엄마는 강아지인 내가 민망하게 뭐라시는 겁니까?"~^^
끝까지 애정하시던 마지막으로 버린 물품은 캠핑카 캠퍼 안에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안 나와 끝내 설치하지 못한 채 쓸 수조차 없었던 그럼에도 아까워 갖고 다니시던 샤워용품 셑트와 캠핑카용 세탁기였어요....
그렇게 멕시코 국경을 넘을 때에야 비로소 캠퍼 실내는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여행이 시작이다~~~ 라며 다시 출발하면서 아빠는 또 나 대단하지 않아? 자뻑에 엄마는 네? 네! 대단하십니다! 이그ㅠㅜㅡㅡㅠ
그러나 차량이 움직이면서 얼마쯤 간 후 하시는 엄마말은 사실 웃기고도 슬펐어요. 차가 이렇게 무겁고 삐걱거리니 이 캠핑차가 나라면 캠퍼 버리고 싶겠는데? 엄마는 태양열 설치하느라 차량 지붕 위 구멍을 뚫었으니 비가 샐 수도 있겠고 속도 내 달리다가 태양열 전지판 하나씩, 하나씩 뜯겨 날아가고 지붕도 구멍 냈다고 반항한다고 날아가고 차량 문도 뜯겨 떨어지고 유리창도 나 떠날래~ 할거 같다면서 차 상태가 대략 난감이라며 아빠의 고생은 인정하고 높게 사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을 뻔했다고....
그랬다면 시간과 쓸데없는 차량 경비도 지출하지 않았을 거라며 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차 상태가 매우 불안하다고 하셨어요.
사실 지난번 시운전시 뒷 유리창 깨졌을 때 정비소를 가니 견적이 백만 원도 넘는 금액에 아빠는 아마존에서 차량 유리를 구입해서 직접 교체했었거든요.
엄마는 그것도 불안해하셨고 깨지면 뒷 좌석에 있는 강아지인 제가 다칠까 봐 걱정을 하셨어요.
엄마의 염려는 아빠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차량 정비이고 그것도 타국이었기 때문이에요.
결국은 멕시코 여행 중에 그 유리창은 정말 다시 와장창 깨졌어요. 저는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는데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그때 엄마는 저를 번쩍 안고서는 유리가 튀어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살피시고선 꼭 껴안아 주시면서 괜찮다고 토닥거려 주셨어요. 저는 그때 나를 사랑하는 엄마 맘이 느껴져 놀라긴 했지만 행복했어요.
멕시코 타쿠마 정비소에 가서 정품 유리로 교체했어요. 멕시코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환율로 15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교체할 수 있었기에 아빠도 엄마말에 별말 없이 동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