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해봤을 때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언제 어떻게 조사해도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바로 유럽 국가인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국어가 영어와 같은 게르만 어족에 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국어가 영어와 같은 어족에 속해 있다면 언어적 유사성이 크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이유가 단순히 같은 게르만 어족에 속해있기 때문일까?
<유아기 영어 노출>
어떤 언어를 학습하든 언어 습득의 핵심은 똑같다. 노출과 사용이다. 특정 언어에 장시간 노출되고, 그 언어를 매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언어는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영어를 잘하는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유아기에 영미권에서 제작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더빙 없이 방송해 아이들을 영어에 노출시킨다. 이들 국가는 적은 인구로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모든 방송 프로그램들을 직접 만들지 못하고 영미권에서 사다가 틀어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때 우리나라와 달리 유아용 콘텐츠에도 더빙을 하지 않고 자막만 입히는데, 유아들은 자막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소리에만 노출된다. 이 시기에 아기들은 모국어를 습득하는데 필요한 노출 시간만큼 영어에 노출되는 것이다.
<말하기 위주의 학교 수업>
노출 못지않게 중요한 사용은 학교 공교육에서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예를 들어보자. 네덜란드는 학교 영어수업을 영어권 국가 출신 교사가 맡아서 가르치며 이들은 수업시간에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당연히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역시 수업시간에는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시험 역시 구두시험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회화 연습을 많이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구두시험은 저학년인 경우, 배운 내용을 토대로 문답식으로 이뤄지고 고학년 학생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으로 이뤄진다. 이런 구두시험은 학생이 교사와 일대일 대화를 통해 진행되고 교사는 학생의 표현력, 발음, 문법 능력 등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이제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우리는 영어를 배우는데 필요한 노출과 사용이 충분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독해 시험 위주로 가르쳐왔다. 학교에서는 시험의 변별력을 위해 원어민도 잘 모르는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법을 시험에 출제했고 그럴수록 회화 부분은 등한시했다.
국제 영어능력 비교 지표로 자주 사용되는 스웨덴 글로벌 교육기업 EF의 영어능력지수(English Proficiency Index) 2016년 결과에 따르면 영어공용화 정책을 사용한 아시아 국가 싱가포르가 6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모국어가 영어와 같은 어족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중요한 것은 언어환경과 교육시스템이다. 언제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교육하면서 영어가 어려운 언어라고 주입시킬 것인가? 우리나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영어 잘하는 나라들의 교육방식을 본받아 교육시스템을 개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