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첫째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됐다. 학교는 차로 25분 거리지만 이제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온다.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 마냥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았다. 이불 한 채를 마련하고 수건을 새로 사서 빨아두고 새 속옷과 양말등 챙길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다 보니 어느덧 기숙사 입사일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집밥을 먹여 한 짐을 차에 싣고 기숙사로 갔다.
4명이 쓰는 방에 이층 침대 둘, 옷장 4개, 화장실하나. 한 학기 머무를 그곳에 짐을 풀어 침구를 정리하고 수건을 넣어두고 잡동사니를 하나하나 내어놓았다. 그러고는 집에서 써둔 메모들을 몰래 감춰뒀다. 베개옆에는 '기숙사 첫밤 꿀잠자~', 실내화 안에는 '고등학교 첫날 축하해!', 수건 안에는 '이번 주는 적응하는 주니까 힘내자'. 옷장 안 거울에는 '우리 보고 싶지? 우리도 너 보고 싶을 거야~!', 휴지 안에는 '힘들면 톡해~!'.
빈가방을 끌고 나오는데 뭐 두고 가는 거 없냐는 딸의 말에 "엄마 널 두고 간다." 하고 쿨하게 딸아이를 한번 끌어안고 돌아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어떤 엄마가 울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주차장에서 시어머니께 기숙사 잘 들여보냈다는 전화를 했는데 새끼 떼어놓고 마음이 어떠냐는 말에 그제야 딸아이가 없음이 실감 나서 순간 찔끔하고 눈물이 났다. 그래도 아직 떼어놓지 않은 다른 새끼가 집에 있어서일까 큰 공허함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 딸아이가 남긴 내 탁상달력 안 메모를 봤다.
그래, 우리도 언제나 네 곁에♡
오늘 새벽 딸아이가 보낸 카톡을 보며 잘 적응하고 있구나 대견했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계란 프라이 4개를 부쳤다. 이제 나만 적응하면 되겠구나...
언젠가 빈둥지가 될 그날에도 쿨하게 돌아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