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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가 생겼어요~

고순이예요~

by 꿈꾸는나비

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얼마 전 똑같은 인형이 몇 개 있다며 언니가 가져다준 인형이 있다. 조카가 인형 뽑기에서 뽑은 오랑우탄 인형인데 우리 집에 온 이후로 딸아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입학을 3주 앞두고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공부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좀 전까지 인강을 듣다 인상을 쓰고 왔다 갔다 하더니 머리도 식힐 겸 뜨개실과 단추로 가방을 만들어 주었단다. 너무 이쁘지 않냐며 나에게 묻는 그 표정에서 아이의 행복과 위안이 느껴진다. 내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요 작은 인형이 해주고 있다. 나처럼 잔소리도 하지 않고 자기주장도 없고 온전히 그 자리에서 바라봐주고 들어준다. 이름이 '고순이'인데 우리가 아무리 오랑우탄이라고 해도 자기 눈에는 고릴라 같아 보인단다. 애착인형이라기보다는 심신안정인형에 더 가까운 고순이다. 아이는 카톡으로 나에게 고순이의 사진을 몇 컷 보내줬다.

고순이의 고단함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ㅎㅎ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인내하고 있다. 고순아 우리 조금만 더 파이팅 하자. 그리고 고맙다.

아 그리고 다음 인강 끝나면 널 위해 목도리랑 장갑 만들어줄 거래.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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