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춘기의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두 아이가 동시에 진학을 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챙겨야 할 준비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증명사진. 3X4 사이즈의 반명함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아침부터 아이들과 함께 교복을 챙겨 사진관으로 향했다. 머리와 옷을 매만지고 아이들이 사진사 앞에 앉아 여러 컷의 사진을 찍는다. 찰나의 순간을 담는 사진. 그 사진에 교복 입은 아이의 얼굴이 담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낸, 누군가의 모습이 증명이 되는 순간이다.
앞으로 아이들은 이 교복을 입고 3년간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나의 시간에도 묻어날 그 시간들이 기대된다. 아이들의 사진을 한 장씩 책상 앞에 두니 자꾸 사진에 눈이 간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든든하고 대견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나도 함께 성장했는데 나도 아이들에게 든든한 엄마였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며 살아야 할까.
학생 신분일 때는 그에 걸맞은 행동으로 학생임을 증명하면 된다. 공부하고, 진학하고, 세상을 배우며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저, 학생인데요.'라는 말대신 자기의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며 증명해야 한다. 순간을 남기는 사진이 아니더라고, 평가를 통해 받는 성적표는 없더라도, 매 순간 내가 최선을 다함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리라.
나름 좋은 엄마, 든든한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보고, 조언을 한마디 해주기도 하고, 따뜻한 음식으로 식탁을 차려본다. 아이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지금 우리의 이 순간이 나름 괜찮게 흘러간다고 서로에게 증명한다. 책상 위 증명사진에는 담을 수 없는 우리의 '찰나'의 시간은 오늘도 잘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