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그 불편함에 대하여...

by 꿈꾸는나비

몇 년 전부터 책을 읽을 때면 자연스레 안경을 벗고 보는 게 편해졌다. 안경을 끼면 가까운 글씨들이 오히려 희미하고 퍼져 보였다. 그 당시 안과에서는 노안이 너무 이르게 왔다며 최대한 그래도 안경을 쓰고 책을 보라고 했다. 책을 좀 멀리 두고 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눈은 금방 적응하기 때문에 자꾸 안경을 벗고 보다 보면 그게 잘 보이고 편하니 오히려 노안이 더 올 거라고 했었다. 안경점에서는 그냥 지금 안경을 쓰다가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다초점렌즈로 바꿔 써 보라며 노안은 어쩔 수 없다고 했었다.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마주한 노안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노안이 너무 불편하다. 얼마 전 식품 뒷면 영양성분을 보려는데 보이지 않았다. 워낙 글씨가 작게 쓰여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보이지 않았다. 안경을 이마로 올리고 나서야 선명하게 들어오는 글자들을 보면서 노안의 불편함을 느낀다. 멀리 있는 사물을 보기 위해 안경을 껴야 하지만 가까운 것을 보기 위해 안경을 벗어야 하다니... 얼마 전 선배와 만난 식당에서 메뉴가 잘 보이지 않아 곤란했는데 선배는 메뉴판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더니 안경을 이마 위로 올렸다.

"잘 안 보이세요?"

"응, 이래야 보이지."

"저도요."

"난 종종 휴대폰으로 찍어서 확대해서 보기도 해. 안보이더라고."

이전에 광고에서 나왔던 장면이 떠오른다.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다 노안으로 안보이자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확대해서 보는 장면. 그런 상황이 이제 나의 일이 되었다. 그래서 옛말에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했나 보다. 보여야 할 것이 안 보이니 답답하다. 앞으로 더 침침 해질 텐데.


얼마 전 욕실청소를 하다 안경을 추켜올려 유리에 낀 때가 잘 닦였나 확인해 봤다. 보이지 않으니 더러움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친정집에 설거지가 잘 안 된 컵들을 보면 깔끔했던 엄마가 게을러지셨네 생각했는데 어머니 눈이 침침해 그릇이 깨끗하게 닦여지지 않았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런 더러움이 안 보이는 눈이 되어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아진다. 이제부터 적당히 보고 살라고 노안이 왔나 보다 생각해야겠다.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도 더 들여다보지 말고 적당히 보고 넘겨야겠다. 눈이 침침하다고 마음까지 침침할 필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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