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의 계절

매실 장아찌... 맛있다

by 꿈꾸는나비

시부모님이 매실 농사를 짓고 계신다. 그런데 농사지으신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실을 보내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동안 수확철에 한 번도 내려가서 도와드리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선뜻 수확한 매실을 보내달라는 말을 못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직접 매실 장아찌를 담아 나눠주신 친정아버지께 드리고 나도 좀 담그려고 말씀드렸으나 올해는 매실 알이 작아 장아찌용은 없다고 하셨다. 그러다 며칠 후 매실을 보내셨다는 연락이 왔다. 비탈진 곳에 있는 나무 세 그루에서 알이 굵은 것들이 열려 있었다며 따서 보내신 거였다. 택배를 받고 깜짝 놀라 바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매실 지금 왔어요, 뭘 그렇게 많이 보내셨어요."

"20킬로 달라고 하던데?"

"네? 누가요?"

"OO아빠가."

전화기 너머로 통화를 듣던 남편이 소리를 친다.

"응? 나는 10킬로라고 했는데?"

그렇게 예정에 없던 매실 20kg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일단 5킬로는 우리가 장아찌로 담그고 남은 건 아버지를 드리자 하고 남편과 오전 내내 매실을 씻어 말리고 씨를 제거했다. 씨를 빼는 일이 생각보다 고됐다. 온라인으로 씨 제거하는 망치를 사두긴 했는데 배송이 너무 오래 걸리고 매실이 너무 익을 것 같아 기다릴 수 없었다. 설탕과 매실을 반반 섞어 매실 장아찌를 담았다. 나는 그렇게 장아찌를 담갔는데 15킬로를 가져가신 아버지는 바쁘셔서 며칠을 뒀더니 매실이 말랑해져서 장아찌는 못하시고 결국 매실액을 담그셨다.


매실 장아찌를 담그고 이틀 동안 수시로 들여다보며 장아찌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많았던 5킬로의 매실은 쪼글쪼글해져 부피가 반이상은 줄어들었다. 삼일째 되던 날 매실을 건져 먹었다. 꼬들 단무지 같은 아삭한 식감에 새콤달콤한 게 너무 맛있었다. 매실을 건져내어 통에 담고 남은 매실액은 병에 담아 두었다. 며칠간 갓 담은 매실 장아찌를 반찬으로 먹었다.


시어머니께 매실 장아찌를 잘 담가 먹었다고 말씀드렸다. 시어머니는 무슨 매실값을 보냈냐고 하셨다. 날도 더운데 도와드리러 내려가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보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리다고, 커서는 바쁘다고 수확철에 한 번을 내려가지 못해 죄송한 맘이 크다. 남편은 어른들께 더 연로해지시기 전에 매실은 그만하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매실은 태풍과 장마가 오기 전 6월 초가 수확철이다 보니 그나마 걱정 없이 농사짓기엔 이만한 게 없다고 하신다. 그래서 십 년 전 소일거리로 심던 몇 그루가 몇 년이 지나 몇십 그루가 되더니 이제 몇백 그루가 되었다.


매실의 계절, 더운 여름과 장마와 태풍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 매실차를 시원하게 타서 아이들에게 먹인다. 매콤하게 버무린 장아찌를 뜨끈한 밥에 올려 한 그릇씩 먹인다. 어른들이 수확한 매실을 감사히 먹으며 고령에도 농사를 짓고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시는 어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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