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지옥... 사람이 되는 과정

by 꿈꾸는나비

이 주 전 시댁에서 마늘과 양파를 한 박스씩 보내주셨다. 양파야 어찌어찌 나눠 먹고 하겠는데 마늘이 문제였다. 베란다도 없는 집에 마늘을 펼쳐놓을 곳도 없고 결국 실외기실에 넣어 두고 조금씩 까야겠다 싶었다. 중간중간 마늘 상태를 보긴 했는데 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마늘이 썩는 것을 보고 그제야 부랴부랴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문제는 까도 까도 늘 제자리... 손도 아프고 맵고... 마늘지옥이 따로 없었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 많은 마늘을 언제 다 까나 하소연해도 남편은 조금 도와주다 손이 아프다고 했다.


"아니 그럼 이 많은 걸 나 혼자 다 까라고?"

마늘을 까다 애꿎은 남편을 나무란다.

"아니 마늘은 또 왜 이렇게 작은 거야."

죄 없는 마늘을 탓해본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보내시면 이걸 다 어떻게 하라고."

생각해서 보내주신 어머님도 탓해본다.

"우리 집은 왜 베란다가 없는 거야!"

뜬금없이 집도 탓해본다.


그렇다고 마늘이 확 줄어들거나 마늘 까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아닌데 내 안에서 모든 방향으로 계속 화살을 쏘아댄다. 삼일째 하루에 두 시간씩 마늘을 까고 씻어 말리고 잘 갈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는 일을 반복한다. 화살은 바닥나서 더 쏘지도 못한다. 도와주겠다는 남편에게 얼른 출근이나 하라고 보낸다. 자잘한 마늘을 보며 올해는 가물어 농작물이 다 작다는 어머님 말씀이 생각나 작은 마늘을 꾸짖고 어머님을 탓한 나를 돌아본다. 가뭄에 마늘을 키우시려 얼마나 손이 많이 갔을지. 내가 쏜 화살들이 다시 돌아와 나에게 박힌다.


마늘을 까다 보니 어느덧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 년 내내 먹을 간 마늘이 냉동실에 가득 찬다. 손끝이 아리고 손도 아프다. 내일까지 마늘을 까면 이 마늘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몸이 고될수록 정신은 맑아진다. 백일도 필요 없다. 단 삼일 만에 마늘을 까며 사람이 되고 있다. 해마다 보내시는 마늘이 오지 않는 날이 오면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다. 더 나은 사람일 필요도 없다. 그냥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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