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크루 화요글감 - 잠
나는 어렸을 때 유명한 잠순이였다. 깨워도, 업어가도 모르도록 잠을 잤다. 나는 잘 때가 가장 행복했고 자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잠은 나의 취미이자 특기였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 형부의 첫마디는 "처제 이제 어떡하냐, 잠 못 자겠네"였다. 실제로 나는 그때부터 잠을 잘 못 잤다. 아이의 작은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분유를 먹여 재우고 새벽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몽롱한 상태로 그 작은 아이를 키웠다. 혹시라도 아이가 숨을 제대로 쉬고 있나 싶어 중간중간 깨어 아이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느 순간, 아이는 눈뜨면 사라져 있는 엄마 때문에 자면서도 '엄마'를 찾았고 대답을 안 하면 바로 깨는 걸 알기에 밤새 대답도 해주고 손도 잡아줬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나는 더 잠을 자지 못했다. 백일 되면 자겠지, 돌 되면 자겠지 그렇게 3년을 기다리고 나서야 아이는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떼고부터는 잠결에 화장실을 데려다주느라 나는 거의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 깊이 잠이 들면 출근을 못할까 봐 마음 놓고 푹 자지도 못했다. 깨워도 못 일어나던 내가 잠을 잘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새끼들을 향한 본능이자 그 아이들을 키워낼 책임 때문이었을 거다.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은 잠을 대신해 아이들이 채워주었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과 에너지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고도 남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잠을 잘 못 잤다. 잠에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만큼 많은 불면의 밤들을 보냈다. 작은 소리에 깨고 뒤척이다 깨고. 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에 채워져 잠들 틈이 없었다. 잠이 들고도 잠을 났나? 궁금해서 깨곤 했다. 그러다 잠드는 방법을, 잡념을 몰아내는 방법을 터득하며 나는 다시 잘 자게 되었다.
언제나 잠은 나에게 휴식이자 도피의 공간이었다. 잠들면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고, 근심을 잠시 잊고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때로는 계속 자고 싶다. 나는 24시간도 누워 있을 자신이 있다. 허나 술은 마실수록 늘고 잠은 잘 수록 늘기에 나는 잠을 조절하며 산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언젠가 영원히 잠들 그날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