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랑이야기 어디 없나요?
딸아이가 갑자기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읽어 본 적 있냐 물었다. 같은 주제의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을 하나씩 선정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해야 하는 국어 수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주제를 사랑으로 정하고 고전소설은 춘향전으로 선택했는데 마땅한 현대 소설을 못 찾겠다고 했다. 자신은 로맨스 소설을 읽어 본 적 없어서 도저히 못 찾겠다고... 그럼 나는 읽어 봤을까?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읽어 본 적이... 그리고 조건이 있었는데 한국 현대 소설이어야 하고 사랑하는 남녀가 고난과 역경 끝에 진정한 사랑을 이루는 내용이어야 한단다. 고전 소설이 춘향전인 만큼 그에 걸맞은 이야기여야 한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끝에 결국엔 해피엔딩이라... 흠...
머릿속을 뒤적거려 봤다. 최근 몇 년간 스릴러와 추리소설만 주구장창 읽었었는데 그중에 사랑 이야기는 없다. 그전으로 올라간다. 책을 읽지 않던 공백기를 지나 30대 초반 20대까지 올라가 보지만 그나마 읽었던 사랑 책이 '냉정과 열정사이' 이건 조건에 맞지 않는다. 새드엔딩으로 끝맺는 소설 여러 개를 거쳐 점점 더 과거로 올라간다. 도저히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랑 소설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십 대 시절 읽었던 사랑 소설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뭐였지?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 기억은 한없이 슬프다. 뭐지? 무슨 책이었지?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제목은 기억 속 저편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영화 속 남자주인공만 흐릿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모른다.... 누구더라...
이때부터 찾아달라는 해피엔딩 사랑 소설은 찾지 않고 내 흐린 기억 속 슬픈 소설을 찾아 헤맸다. 나의 유일한 단서는 영화 속 이름 모를 남자주인공... 아무리 기억해보려고 해도 모르겠다. 맴도는 이름을 머리 한편에 놓아둔 채 인터넷을 헤매다 발견한 이름.'강석우' 맞아! 강석우. 강석우배우의 프로필에서 영화를 살펴본다. 찾았다. '잃어버린 너'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당시 국민학교 6학년 때 우리 반 여자애들끼리 눈물을 흘리며 돌려보던 책 아니었던가... 사랑은 진정 이런 건가 싶었던, 그 시절 내 마음속 큰 슬픔으로 남았던 책이었다. 충격적 새드엔딩으로 더 기억에 남았던 사랑이야기. 이건 아이가 찾아달라는 소설과 거리가 멀지만 내가 읽었던 사랑이야기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옛 감성이 떠올라 이 책을 검색해 보는데 브런치에 마침 이 책의 줄거리를 담은 글이 보였다. 흐릿했던 기억이 점점 더 또렷해지며 '맞아, 맞아, 그랬었지' 35년 전 읽었던 책 내용이 되살아났다.
https://brunch.co.kr/@daeho7044/987
브런치 글을 다 읽고 댓글을 읽는데 다들 나와 같이 잊고 있던 그때 그 감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란 댓글 하나... 내가 아는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와... 넓고 넓은 브런치 속 댓글에서 마주친 작가이름에 소름이 끼쳤다. ㅎㅎㅎ
결국 딸아이가 원하던 소설은 찾지 못한 채 나의 추억 속 사랑 소설과 아는 사람이 남긴 댓글만 찾고 끝났다. 해피엔딩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정말 없는 걸까? 분명 어딘가에 있을, 도서관 어딘가에 꽂혀있을 사랑이야기의 한국 현대소설은 없는 걸까?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그런 사랑이야기 혹시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