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여정
나는 집순이다.
나는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 외출을 한다.
아이들의 방학기간에 맞춰 8월 둘째 주에 휴가를 다녀왔다. 4개월 전에 3박 4일 여행을 계획해 숙소를 미리 예약했던 나는 과거의 나에게 감사했다. 여행지가 평창이었기 때문이다. 6월 말부터 폭염이 지속되던 이 여름에 잠시라도 숨통을 트이게 할 바로 그곳, 평창.
여행 1일 차 : 집 -> 문막휴게소 -> 원주 뮤지엄 산 -> 송암막국수 -> 오대산 월정사 -> 전나무숲길 -> 조선왕조실록박물관 -> 숙소 -> 한우품격 No.9
아침 7시에 가족들과 집을 나섰다. 이번 여행에 나의 사심이 가득했던 첫 여행지는 바로 원주 뮤지엄 산이었다. 얼마 전 글쓰기 모임 회원분들이 나들이했던 장소였는데 나는 시간이 되지 않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나들이 후기가 너무 좋았기에 평창에 가기 전 이곳을 들르기로 했다. 뮤지엄 산의 첫인상은 '아니, 주차장이 이렇게 고급스럽다고?'였다. 주차 공간 사이마다 조경수가 심어져 있고 바닥도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뮤지엄 산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주변 자연과의 조화에 신경 썼다고 했다. 아스팔트가 아닌 주차장의 자갈바닥까지 신경을 썼던 걸까? 그랬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뮤지엄 산은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던 종이 박물관과 2013년 개관한 청조 갤러리가 더해진 뮤지엄으로 문화예술 공간이다. 야외 전시 공간을 지나 실내 종이박물관과 미술관을 따라가다 보면 돌의 정원으로 이어진다. 야외 조각상들과 실내 전시물을 관람하며 뮤지엄 산을 즐겼다. 특히 종이 박물관의 다양한 차원의 전시가 마음에 들었다. 종이를 만들고 글씨는 쓰는 과정, 그리고 다시 그 글씨를 종이에서 지우는 장면까지 담은 영상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관람을 마치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평창으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오대한 월정사였다. 우리는 3년 전 여름, 이곳에 온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로 월정사를 꼽았다. 이유인즉슨, 이곳에 있는 전나무숲길 때문이었다. 아이들 말에 따르면 이곳에 오면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있는 나무냄새를 맡을 수 있단다. 선선한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숲의 냄새가 아이들을 다시 이곳으로 불렀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숲의 향기가 밀려왔다. 예전만큼 물이 많지는 않지만 옆에서 흐르는 계곡 소리도 참 기분 좋게 했다. 월정사를 둘러보고 이전에 복원공사 중이던 팔각구층석탑도 구경하고 숲길을 거닐었다. 조용하고 선선한 숲길을 걸으며 여름엔 역시 평창이구나 싶었다. 발을 담글 수 있는 작은 계곡이 있는데 그곳에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었다.
월정사에서 내려오다 보면 좌측에 국립조선왕조실록 박물관이 있다. 지난번엔 개관 전 공사 중이라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를 기록한 것으로 소실이나 분실을 우려해 전국 4개의 사고에 분산하여 보관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월정사 사고였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상당 부분이 유출, 소실되고 6.25 전쟁당시 월정사 사고가 모두 불에 탔고, 상당시간이 흐른 후에야 일본에 보관 중이던 조선왕조실록 일부를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실록 일부가 전시되고 있는데 역사가 온전히 기록되어 전해질 수 있도록 함부로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도록 마련한 조치들이 지혜롭고 현명하게 느껴졌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전시하면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며 남편은 불만을 표시했고 나는 당연하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남편과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누구나 역사와 문화유산을 접하게 해야 한다는 나의 대립은 '나라에서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라고 맥없이 끝났다.
우리는 이날 만 삼천보를 걸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며 저녁 메뉴를 골랐다. 평창에 와서는 한우를 꼭 먹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며 우리는 한우를 먹으러 갔다. 점심도 막국수와 메밀전병으로 맛있게 먹었는데 저녁은 더더욱 맛있었다. 역시 한우라며 우리는 신나게 먹었다. 팩에 붙은 한우 가격을 본 아이들이 경악할 때까지... 한우는 참 비싸다. 그런데 너무 맛있다. 그렇게 우리의 첫날은 알차게 지나갔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