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만 되면, 그러니까 김장철이 되면 나는 양가 어머니들의 김장이 신경 쓰인다. 신경 쓰이는 이유는 두 분 다 나에게 김장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결혼 이후 한 번도 김장하러 오란얘기를 하지 않으셨다. 예전엔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이 어렸다고 해도 이제는 직장도 안 다니고 아이들이 컸지만 한 번도 김장하러 오란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 친정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며칠 전 언제 김장하실 거냔 나의 물음에 친정엄마는 대답을 얼버무리고 돌아섰다.
며칠 전 저녁, "엄마가 김치 보내셨다는데?"라는 남편의 말에
"김장하셨데? 언제?"
"나야 모르지."
김장을 했다는 사실이 며느리에겐 비밀이라도 되는지 김치마저 가지러 오라고 하지도 않으시고 매번 택배로 보내시는 시어머니였다. 김치 넣을 공간을 급히 마련하느라 냉장고 정리를 부랴부랴 했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딤채도 없다. )
다음날 택배가 왔다. 김장김치와 약간의 파김치, 그보다 좀 더 많은 알타리 김치가 도착했다.
"어머님, 김치 받았어요."
"어, 그래 받았냐?"
"김장 언제 하셨어요?"
"많이 안 했어, 그냥 조금 했어. 냉장고 넣고 먹어라."
"네, 잘 먹을게요. 어머님."
시어머니는 늘 그렇듯 용건이 끝나자 바로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며칠 후, 전화벨이 울린다.
"집에 있니?"
"네, 집에 있어요."
"나 줄 거 있으니까 잠깐 들른다."
"네"
잠시 후 친정엄마가 배추 속을 건네주고 간다.
"김장하셨어요?"
"아니 그냥 몇 포기했어."
"속 같이 넣게 나 부르라니까요. 허리도 안 좋으면서."
"그냥 조금 했어."
역시나 나 몰래 김장을 해버리셨다.
매번 양가 어머니의 김장에 나는 초대받지 못한다. 쪼그려 앉지도 못하는 내 무릎 때문인 건지, 솜씨가 없고 못 미더워서인지, 살갑지 못한 내 성격 때문인 건지 모르겠다. 며느리 부담주기 싫은 시어머니와 딸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친정엄마 덕분에 나는 올 겨울도 편하게 김치를 먹게 생겼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늘 불편한 김장철이다.